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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

인간의 사랑

_봄밤 2015. 1. 6. 23:23



사랑에는 말보다 침묵이 더 많다고 우리는 말했다. 이 사랑의 침묵의 충만함은 죽음의 침묵에까지 건너간다. 사랑과 죽음은 서로 하나를 이루고 있다. 사랑 속에 있는 모든 생각과 행위는 침묵에 의해서 이미 죽음으로까지 뻗어 있다. 그러나 사랑의 기적은 죽음이 있을 수 있는 그곳에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랑에는 말보다 침묵이 더 많다. 그리고 "사랑은 말할 때보다 침묵할 때 비할 데 없이 더 쉽다. 말을 찾는 것은 마음의 감동을 크게 해친다. 보다 덜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잃는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랑의 가치를 알고 있다면 그 손실은 큰 것이다."(브레몽의 「신비주의와 시」 중에서 인용된 아몽의 말)

 침묵할 때에 사랑하기가 훨씬 더 쉽다. 침묵하면서 사랑하기가 더 쉬운 것은 침묵 속에서는 사랑이 가장 멀리까지 뻗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침묵 속에는 위험도 있다. 가장 멀리까지 이르는 그 공간은 감독되지 않으며 따라서 그 안에 모든 것이 있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사랑에 적합하지 않은 것까지도. 


사랑에 한계를 짓고 분명하게 해주며, 사랑에게 사랑에 적합한 것만을 주는 것은 말이다. 사랑은 말을 통해서 구체화되며, 말을 통해서 진리 위에 서게 되며, 말을 통해서, 오직 말을 통해서만 사랑은 인간의 사랑이 된다. "사랑은 단순한 하나의 샘물과 같다. 그 샘물이 둘레에서 꽃들이 자라나는 자갈 바닥을 뒤로 하고 이제 하나하나의 물결과 함께 냇물로서 혹은 강물로서 자신의 성질과 모습을 변화시켜가다가 마침내 가없는 대양 속으로 흘러든다. 그 대양은 미성숙한 정신을 가진 자에게는 참으로 단조로워 보이지만, 위대한 영혼은 그 해안에서 끝없는 명상에 잠긴다."(발자크)




막스 피카르트, 『침묵의 세계』, 까치. 110~1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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