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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진 데는 빛이 비어 있었다. 그와중에도 금이 간 골목 여관이니 찜질방 고딕의 간판에는 아직 쌩쌩하게 불빛이 돌고 있다. 청파동 길목, 숙대 아래의 카페들은 아주 작아 대부분이 가게에는 주인만이 겨우 들어가 계란 빵과 타코야키같은 것을 구웠다. 


그 중에 드물게 내부가 넓어보이는 카페가 있었다. 와플을 파는곳이었다. 그러나 내부의 공간활용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밖에서 보이는 아늑함, 여유로움은 조금도 없고, 일렬로 길게 늘어선 테이블과 딱딱한 인테리어는 이곳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아님을 말하고 있었다. 내 앞자리에는 한 여자와 아이 둘 와플과 음료를 먹고 있어 그날 우리의 구도를 설명하면 이렇다. 어쩐지 불우한 바람, 떨리는 가게 문이 보이고, 그 안족에는 이 가족들이 보이고, 그 안쪽에 내가 있는 식이다. 나는 와플을 굽거나 커피를 내리는 카운터를 이따금 바라보며, 실은 가게 앞을 서성이는 저 앞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니 정말은 이 가족의 저녁을 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올백으로 넘긴 파마머리, 젊은 나이로 보임에도 이중의 턱이 잡혀 언짢은 표정이 미간부터 내려온 얼굴이었다. 그녀는 우울해 보였다. 그녀는, 아이 둘과 함께 카페에 왔다. 

 

진정한 상냥함이란 부유함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와플을 먹는 저녁은 향기롭고, 달다. 옛 생각도 떠올릴만한 것들이고 앞으로의 생각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여유롭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고, 아이들은 자꾸 움직였다. 그녀는 천천히 혼자 이 의자의 쿠션과 반짝이는 트리같은 것을 보며 한 입씩 먹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냥 최대한 그곳에서 뭉게다가 나갔을 뿐이다. 


있던 자리에는 설탕 같은게 떨어져 반짝였다. 바삭한 와플에 너무 많이 뿌려지는 설탕들. 맛있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느껴버리게 되는 작은 결정이 종업원의 행주에 훔쳐졌다. 몇 개는 바닥에 떨어지기도 했을텐데, 저 세모녀의 저녁과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의 신발 뒤축에 묻어 저 캄캄한 거리로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작아서야 밖에서는 조금도 반짝일리가 없다. 따뜻한 카페 따뜻한 커피, 달달한 와플을 먹는 시간이 행복이라고 알려주었던 '이미지'는 이렇게 깨진다.  


며칠 전부터 지하철 출구에서 다리를 넘기 전까지 흰색의 작은 알갱이가 수없이 뿌려져 있는 걸 봤다. 얼었던 스티로폴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왜 그곳에 뿌려져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뚱뚱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비둘기가 그 알갱이를 쪼는 듯 마는 듯 하는 아침이 몇 번 있었다. 왜 그런지 알 수 없는 흔적들을 이상하게 여기면서 안쪽을 알 수 없는 것들. 유리 바깥에서 손자국만 몇 개, 황급하게 떠나는 아침도 몇 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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