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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은 허겁지겁 책읽기의 날로 정했다. 

 

 

 

첫 번째로 발견한 책 <일꾼과 이야기꾼>이학사, 2022.

점점 더 좋은 책을 발견하기 어려운 가운데, 이학사에서 좋은 시리즈를 냈다. 내러티브 총서.

이학사는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내면 마땅히 알려야 할 의무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좋은 건 함께 하자.

 

김상환 교수의 발간사만으로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이야기 형식이 변해가고 있다. 

 

텍스트는 고정된 구조를 갖지 않고, 이야기 또한 선형적인 순서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형태를 취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문맥 속에 재구성된다.

 

->탁월하다. 이런 통찰은 대체 어떻게 얻는 것일까? 책만 보실 것 같은데 유튜브의 문법이나, 트위터 등의 문법 등을 꿰뚫은 듯한 통찰이다. 이야기 형식의 변화가 가져오는 이야기꾼과 일꾼에 대해 이야기 한다. 평범해 보이는 말이지만 이야기꾼은 벤야민의 글에서 온 것이다. <이야기꾼>1936 정직하게 그대로 따왔다.

 

2. 이야기의 본성을 다시 물어볼 필요성에 대면했다.

그러므로 이야기의 본성을 다시 물어보고 정립할 필요가 있어서 관련 연구자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김상환 교수는 서론 <일꾼과 이야기꾼>을 썼는데 책의 제목이 되었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능력은 '창의성'이라는 메시지를 하기 위해 벤야민, 칸트, 하이데거를 꺼내온다. 

 

독자가 곤란해 할까봐 쉬운 예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가져와 기투를 설명한다. 기가 막혀

"오 아들아, 역시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이것이 명대사인 이유는 그 재능을 '계획'이라는 말로 꼭 집어내는 데 있다. '똘똘한 구석이 있다는 것'과 '계획이 있다는 것'이 등가를 이루면서 듣는 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머릿속에는 깨달음이 일어난다. 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은 단순히 잔머리를 굴리는 일과의 차원이 다르구나. 거기에는 삶에 대한 무언가 진지하면서도 창의적인 태도가 숨어 있구나.

(중략) 계획이 있다는 것은 뚜렷한 목표가 있음을 말한다. (...)진지하고 성실한 노력의 주체인 듯 보이는 것이다. 왜 그런가? 실존주의를 아는 사람에게는 어렵지 않은 문제다. 계획은 기투와 가깝다. 기투는 그림을 그린다는 뜻과 던진다는 뜻을 동시에 지닌다. 실존적 주체는 자신에 내재한 가능성을 미래에 기투하면서 세계를 이해하고 변화시킨다. 그런 기투는 경험적인 차원의 목적 선택과 계획 수립의 가능 조건이다. 21p

20쪽만 읽어도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 쏟아진다.

 

이 책의 '스크린 자아' 최용호의 문제 제기, 접근도 좋았다. 최용호는 <피부 자아>라는 책에서 착안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피부 자아>를 알게 된 것은 정말 수확이었다. 이 책은 2008년에 나왔는데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아래 표지는 2013년 판이다. 

시리즈 발간에 크레버스의 도움이 있었던 듯하다. 크레버스는 청담러닝으로 대표되는 교육회사이다.

 

 

 

 

<통영>, 이서후, 21세기 북스. 2020

통영에 다녀와서 읽었다. 좀더 깊이 통영을 이해할 수 있었다.

통영을 사랑하는 기자분이 통영을 쉴새없이 오가면서 곳곳에 대해 썼다. 인문 관광서. 

 

통영은 경상남도에 속하지만, 예전에는 전라도와 경상도, 충청도의 수군을 지휘한 '삼도수군통제영'을 줄인 말로, 통영에 사는 이들은 현재의 작은 지역의 구획으로서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단순히 경상도 일부가 아니라, 좀더 큰 지역의 지휘 본부가 있는 곳으로서 지역민들의 자신의 지리를 이해하는 개념과 긍지가 있다는 말.  

 

통영에서 택시를 두 번 탔는데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인구 12만의 소도시(이것도 택시 기사님이 말씀해 주셔서 알게 된 것) 통영의 아름다움과 문화의 긍지가 충만했다. 관광객을 맞이하는 태도가 환대하면서도 진중하고 호들갑스러움 없이 통영을 자랑하면서 친절하지만 위엄 있었다. 덕분에 현재는 사라져서 알수 없는 통영 최초 호텔 모습과 숙박기 같은 것도 듣게 되고(너무 오래되어서 택시 기사님이 묵었을 때도 형편없었다고) 그 자리를 허물고 세워진 것이 오늘날 스탠포드 호텔이라고.  

 

통영을 조금만 돌아보면 윤이상과 유치환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항일운동 하셨던 분의 생가나 집터를 표지석으로 곳곳에 만들어 놓아 금방 익힐 수 있다. 또 조금만 돌아보면 박경리, 이중섭, 김춘수도 만날 수 있다. 바다를 보면, 어째서 이 작고 먼 곳에 예술가들이 나고, 예술가들이 이곳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피랑:은 절벽이라는 뜻의 사투리라고. 동피랑은 동쪽 절벽, 서피랑은 서쪽 절벽이다.

 

 

<야만의 꿈들>, <선사 예술 이야기>는 훑어 보고 빌리지 않았다. 허겁지겁 책읽기이고, 나에게 시급한 이야기를 찾는다.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에코리브르, 2020 는 읽고 있다. '느린 폭력'이라는 명명이 좋다. 시급하게 타격받는 폭련만이 폭력이 아니지. 

 

나는 저임금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독성 쓰레기 더미 폐기 행위에 깔린 경제 논리가 나무랄 데 없다고 생각하며, 그 논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아프리카 나라들이 오염도가 낮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그 나라 대기의 질은 로스앤젤레스와 비교할 때 비효율적일 만큼 나쁘다.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세계은행이 공해 산업을 최빈국으로 더 많이 이전하도록 장려하면 어떻겠는가?
-로런스 서머스(Lawrence Summers), 세계은행의 기밀 메모(1991년 12월 12일)

서머스의 이 글을 먼저 인용한 이유는 아프리카 나라들이 3중으로 무시를 당했다는 이 책 저자의 언급 때문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정치적 행위체로서, 둘째 내가 이 책에서 ‘느린 폭력(slow violence)’이라 부른 것의 장기적 피해자로서, 셋째 저만의 환경적 관례와 관심사를 지닌 문화권으로서 말이다. 내가 서머스의 경악할 만한 제안으로 책머리를 여는 까닭은 바로 거기에 느린 폭력이 빈자의 환경주의에 영향을 끼치면서 제기하는 전략적·표현적 과제가 담겨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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