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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안에서 
우리는 웃고 있었지만 두려웠어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안에서 
우리는 두려웠지만 주저함은 없었어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안에서
우린 노래를 부르네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안에서
이제 비가 내리네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안에서 
우리는 웃고 있었지만 두려웠어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안에서
우리는 무릎을 맞추고 손을 꼭 잡았어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안에서
우린 노래를 부르네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안에서
이제 비가 내리네



-


MOT을 알게 된 것은 당시 멀리 있던 동생으로부터다. '진짜 좋아'라며 이야기했지만 동생이 호들갑을 떨수록 심드렁하게 넘기는 것이 나의 대답이었다. 그러고 몇 년이 지나 떨려오는 심정을 부여잡고 '진짜 좋아'라고 얘기하는 것이 우리 대화의 공식이었다. 그가 목소리를 높였으므로 크게 호흥하지 않았다. 동생은 몇 해 지나 알아보겠군, 하며 재차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숱해가 지나 이제는 내가 더 좋아한다. 항상 틀어 놓는다. 처음에는 어깨죽지가 무거운 우울이 좋았고 이제 익숙해져 공기처럼 가볍게 털 수 있는 우울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이이언의 콘서트에 간 적이 있고 손을 꼭 잡은 적도 있다. 그날 나는 왼손을 잡았는데 오른손이 따뜻해졌다고 혼잣말을 했다. 헤어지기 전에 너는 뭐라고 했는지 물었고, 나는 크게 이야기했다. '왼손을 잡았는데 오른손이 따뜻해져' 너는 웃으며 길을 걸었고, 나는 그게 끝이라는 얘기도 하고 싶었다. 너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우리의 얼굴이 '얼굴'인 형태로 있는 것은 아주 어려운 문제다. 모든 것을 말하고 있으면서도 모든 것을 알아들을 수 없다. 


공주를 돌아다녔다. 시간이 늦어 지금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가까스로 마곡사 가는 길 간판을 보았고 아주 예전에 마곡사 갔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 길 덜컹거릴 때마다 다르게 쏟아지던 햇빛이 우리의 무릎과 예전의 얼굴을 지났을 것이었다. 발을 차 앞유리에 올려놓기를 좋아했고, 그때마다 너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항상 듣지 않았다. 그때 나는 무엇을 위해 절을 했었다. 약속도 했었다. 지키고 싶었지만 가을이었다. 모두 이맘때였을 것이다. 그때 했던 몇배의 절은 서로가 만든 우리에게 주는 기도였을 것이다. 재작년 겨울, 문자 한통이 부산에서 왔었다. 부산의 어떤 절에서였다. 잘못보내진 문자였다. 나는 그게 잘못 보내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 만들어진 눈이라서 청자빛이 도는 것 같아.' 아이는 무엇이든 그대로 따라했다. 뛰어다녔다. 아빠의 시계를 뺏고 자신이 차고자 했으며 자기에게 밥을 먹여주는 아빠를 따라 아빠에게 밥을 먹여주었다. 나는 처음 만들어진 눈이라서 청자빛이 도는 것 같다는 말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런 말은 오빠만 할 수있는 것이었다. 나는 헤어질때 고모야, 라고 인사했다. 오빠가 이모지, 라고 고쳐주었다. 이제 많은 것들이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내 눈은 점점 오래된다. 갓 생겨난 깊은 감색의 눈을 오래 보다왔다. 아이는 두 살때의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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