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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인상깊은 장소

리움

블랙홀을 비유한다면 맞을까? 상상할 수도 없는 많은 시간이 작품마다 고여 있고, 흘러 넘치는 공간이다. 전시품을 넉넉히 감싸며 위트도 보여주는 여유있는 공간에서 오후가 즐거웠다. 거대한 호사가들의 야심있는 취미가 아득한 경지가 되어버린 순간에 감탄하고 온 순간. 

 

 

 

올해 인상깊은 음식

애인이 만들어준 스테이크

 

우리는 요리를 잘 한다는 의미 대해서 합의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내온다는 것이 아니다. 식재료를 어떻게 구매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이것은 사과를 사거나 쌀을 사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말린 바질가루는 어떤 브랜드의 것이 좋은가? 샐러드를 하기 위해 좋은 치즈는? 그것은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가? 여러가지 도구의 사용이 능숙하고- 이것도 '칼'을 사용할 줄 안다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1인 가구에 커다란 양수 냄비가 필요한가? 의 어떤 상상력 문제와 연결된다. 어떤 종류의 깊은 팬을 사용하는가? 등의 난이도 있는 문제로 이어질 때, 2-3인용 편수 냄비로 살아온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 무엇보다 삶의 일부를 요리하는데 감내해왔냐는, 과거의 시간 문제로 이어진다. 그것이 없다면 아무리 식재료와 도구를 잘 다룬다 한들, 오늘 당장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가 지난 시간을 그렇게 보내왔어야만 지금 오늘,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숙련도가 어느 이상이 되면, 어떤 요리를 도전해도 그럴듯한 요리를 내어놓을 수 있는 듯 하다. 그는 그저 누구나 어느 정도 숙련된 사람이라면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요리에는 매우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해왔을 과거의 내가 필요하다. 그러니 내가 아무리 스테이크를 해주고 싶어한다 한들, 나에게 고기를 사는 일부터 어려운 난이도인 것이다. 그래도 고기를 샀다고 치자.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어떻게 고기를 재어 놓을 것인가->... 스테이크를 만드는데는 여러가지 일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마냥 고기를 불에 굽는 요리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남에게 만들어주려는 마음까지 있어야 한다.

자신이 만든 것으로 자신을 키우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 나를 위해 내어준 저녁. 

엄마 생각나네. 전화해야지. 

 

 

올해 처음 시작한 것

연애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연애보다 어려운 마음. 그런 마음을 보여줄 사람을 아주 오랜만에 만나- 나는 어떤 표정을 보여줘도 괜찮으며, 마구 얼굴을 부벼도 행복하고, 어떤, 어떤, 어떤, 무엇을 해도 웃어주는 사람을 만났다. 우리는 너무 많이 다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오래 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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