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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잘한 소비: 캣휠

 

고양이는 점점 뚱뚱해져갔다. 고양이는 다섯 살이고, 예전처럼 뛰어놀지 않는다. 장난감을 흔들면 하품으로 답하는 아이.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은 숨바꼭질이다. 그러나 숨바꼭질로 살을 빼려면 너무 많은 뜀박질이 필요하고 오분이면 너나나나 지치고 말았는데....

 

캣휠을 살까 고민하는 건 일년도 더 된 일이었다. 당근으로 구매하는 일에도 매우 강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고가이고 무지막지하게 큰데 결정적으로 내가 쓰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놓친 캣휠이 한 20개 정도 되는 것 같다. 좋은 캣휠은 나오자마자 나간다. 왜 좋은 캣휠을 놓쳤던 걸까? 살 마음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캣휠은 중고라 해도 비싸고, 크고, 고양이가 안 탈수도 있기 때문에 사기까지 다짐이 필요하다. 고양이가 뚱뚱해진 시점이 만나 이제 나는 좋은 캣휠을 보자마자 사야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대략의 브랜드들, 크기, 지금도 좋은 평을 유지하고 있는지 등등. 한 일년 정도 캣휠을 봐오자 지금 나온 캣휠이 운명의 캣휠인지 아닌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집사들의 미련없는 포기를 알아보는 일이 필요했고 그 중에서 가장 깨끗한 포기를 사야했다. 깨끗한 포기란 무엇인가. 1. 우리 고양이를 위해 샀으므로 당연히 좋은 캣휠이고, 2. 관리를 잘 했는데 그 관리는 고양이가 잘 안탔기 때문에 잘 될 수 있었던 것이고, 3. 방치된 기간이 1년 미만이라 이제 우리집 고양이는 캣휠을 타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인 집사  4. 미련없이 반 값 이하로 내놓는다. 그리고 그를 만났다. 그도 나 같은 구매자를 기다렸을 것이다. 캣휠을 옮기는 동안(생각보다는 가벼웠지만 크기가 무척 거대했다) 구매자는 나에게 고정핀을 챙겨주었다. 캣휠을 잠그는 장치라고 했다. 이걸 쓸 수 있을까. 

 

한 여름, 비가 후두둑 떨어지는 날 옮겨왔다. suv를 빌려서 가볼까 어쩔까 트렁크 너비를 열심히 잰 고민이 무색했던 것은 금액에서 별 차이가 안났기 때문인데, 나중에 캣휠의 위용을 보자마자 돈이 문제가 아니라 트럭 밖에 답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에 무사히 온 캣휠. 동그랗고 커다란 원목은 단순하여 집에 좋은 오브제가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고양이는 그날로부터 약 한 달간 캣휠을 무서워 하고 보는둥 마는둥 하다가 한 발로 돌리기 앞 발로만 돌리기 등을 통해 우리를 애태웠다. 모든 간식을 캣휠 위에서 주었으며 칭찬하는 일도 고양이가 우연히 캣휠 근처에 갈 때 했다. 물론 캣휠 위에 놓인 간식을 앞발로 떨어뜨려 먹곤 하여 우리를 놀렸지만 그로부터 딱 한달 후, 고양이는 캣휠을 탈줄 알게 되었고 요새는 수시로 돌린다.

 

새벽 4시 반의 캣휠. 고양이의 루틴이다. 그때 일어나서 우리들을 깨우지만 우리는 안 일어난다. 그리고 캣휠 돌리기. 그 밖에 간식 먹고 싶을 때, 집사가 집에 돌아올 때, 그냥, 고양이는 수시로 캣휠을 탄다. 쌩쌩 달리는 고양이를 보면 행복하다. 살은 무려 0.5kg나 빠져 늘씬한 고양이가 되었다. 그리고 캣휠 잠그는 장치를 만지작 거린다. 새벽에 잠가놓으면 고양이가 놀랠텐데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지? 행복한 캣휠 구매기이다. 

 

 

올해 가장 망한 소비: 기계식 키보드

친구가 말했다. 기계식 키보드를 써보렴. 나는 노트북 자판도 꽤 맘에 들어한다. 친구는 말했다. 비웃어도 되나요?

그래서 한 번 써보기로 했다. 생일선물로 동생에게 가장 기본적인 기계식 키보드를 선물 받았다. 브랜드는 한성. 무소음 적축. 상품평이 가장 많은 상품이었던 것 같다. 흰색 키보드였고 오, 꽤 마음에 들었다. 이래서 기계식 키보드를 쓰나? 나는 다른 키보드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역시 같은 브랜드로, 블루투스 기능이 되는 것으로, 숫자키가 없는 작은 키보드를 구매했다. 적축이면 조용할 줄 알았는데 같은 적축이 아니었다...! 선물 받은 것보다 훨씬 방정맞은 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냥 플라스틱 덮개에 잘 쌓여 있다. 친해지려고 그냥 책상위에 놓고 있지만 집에서 키보드 칠 일이 많지 않고 노트북 자판이 있는데 키보드를 그 앞에 꺼내 쓴다는 게 공간 낭비이고, 그 소리를 잊고 연결하면 방정맞은 소리에 다시 연결을 제거해버리는.... 당근해야 하는데... 친해지기를 또 바라고 있는 올해의 망한 소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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