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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사람으로 만들어준 말

_봄밤 2022. 10. 21. 17:40

언젠가 썼던 것 같기도 하다.

 

 

정확히 나이는 기억나지 않지만 9살 미만이었다고 생각된다. 학교에서 친구와 싸우거나 화나는 일이 있었고 엄마에게 그걸 얘기했던 것 같다. 풀이 죽었을 것 같지는 않고 아마 뾰루퉁해 있었겠지 싶다. 엄마는 가만히 내게 말했다. 

 

"엄마가 100% 좋을 때만 있는 건 아니지, 아무리 엄마라도 모두 좋을 수 없고, 미울 때도 있는거야. 하물며 다른 사람은 어떻겠어. 당연히 맘에 안들 수 있지. 미울 수도 있는거야. 사람은 원래 그래. 그러니까 괜찮아. 누군와 싸우거나 서운하게 한다고 해서 그렇게 나쁘거나 속상할 일은 아닌거야."

 

엄마에게 받은 많은 이야기 중에서 나를 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가장 중요한 말이다. 어쩌면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나를 강하게 해준 말. 이런 말을 해준 엄마는 지금의 내 나이였을 것이다. 엄마의 현명함과 사려깊음, 자신의 딸과 훌륭한 거리를 만들어준 젊었을 적 엄마에게 감사하다. 그렇게 어렸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니, 어린 시절 나는 정말 행운아였네.

 

이때 나는 엄마가 나를 자신의 일부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 말로부터 나는 엄마로부터 떨어져 나와 누군가의 일부나 자식이 아니라 내가 이룰 수 있는 '한 사람'임을 이해하고, 자라나기로 했다. 그때 나는 내가 엄마를 조금은 미워해도 된다는 이야기로 알아들었다. 어떻게 알았지, 말한 적은 없는데 들켰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크게 나쁘지 않다는 말로 이해했다.

 

그리고 동시에, 엄마가 나를 조금은 미워할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마음이 조금 놓였다. 나만 미워하는 건 아니였네. 우리는 서로 서로 미움을 받는 사람들, 그게 나쁘기만 한 일이 아니라고. 언제나 완벽하게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이니까. 미워해도 돼. 미움을 받아도 돼. 하지만 그게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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