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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맛

잡설

_봄밤 2016. 4. 17. 17:17





#나는 왜 그렇게 술을 쳐마셨나


호두가 1키로에 9800원.

투명 백에 들어있는 호두 알은 감추는 것 없이 모두를 내 주고 있었는데, 나는 눈으로 이미 맛을 본 것처럼 처음에는 다소 씁쓸하고 이에 알맞는 힘으로 부서지며 은근한 단맛을 어금니깨로 주는 그 호두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여기에 거들며 어머니의 호두좀 사먹어라. 하는 말도 맴돌았으니 절호의 찬스였다. 그러나 내 손에는 그와 같은 가격의 수입맥주 4캔이 들려 있었고 그것은 제 무개에 쏠려 앞으로 뒤로 흔들리는데, 그때마다 보이는 발등이 햇빛에 희었다. 그게 부끄러워졌고 곧장 걸어 집으로 왔다. 그 걸음은 지난 밤 술을 마시고 걷지도 못했던 걸음과 같은 다리였으므로. 나는 겨우 오백 두 잔을 먹었을 뿐인데, 마신 술과 그 이후의 행동거지를 살폈을 때 오백 두잔으로 사람이 이렇게 될 수 있느냐. 의도적으로 정신줄을 놓았던 것은 아니냐.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의도적이라고 하기에, 너는 너무 울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것도 '서럽게' 울었다는 것이다. 무슨 사연이 있니 물었지만 사연은 무슨. 그 테이블에 있는 모든 것이 다 슬퍼지는 까닭을 자초지종 말할수는 없었다.



누가 들었을까봐.



선정릉역에서 내리면 정말로 선정릉이 있다. 이 진실에 감명받은 시인과 소설가는 이를 몇 차례 노래했다. 마침 오기 전에 정용준의 <선릉 산책>을 읽었기로서, 그의 소설은 자신이 무엇을 쓰는 것인지 자세히는 모른체 그저 써서 보여주는 태도가 있었고 나는 그게 조심스럽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태도를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선정릉을 바깥에서 보니 생각보다 좁은 자연일 것 같아 우려가 되었으나 들어가니 구중궁궐을 뭐라고 생각했냐는 듯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길을 잃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이 넓었다. 벤치마다 눕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으면 <눕지 마시오>라는 구절이 매매 쓰여 있었다. 이윽고 홍살문을 들어서 신도와 어도가 나왔을 때, 나는 신도를 이야기 하며 이쪽으로 걷지 않게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는 놀라며 말했다. '이쪽으로 걸으시오'라니. 이제껏 이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 맨 들어가지 마시오만 있던 세상에서 이쪽으로 걸으라니, 감격하며 그는 어도로 걸었다. 그 역시 신도 입장에서는 '들어가지 마시오'가 되었을테지만. '그' 왕이 아닌 사람들만이 걸었을 어도를 걸으며. 이 돌은 요새 돌이 아닐까? 했고. 돌에게 오백년 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라는 대답이 있었다. 그 길 곁에는 수복방이라고 아주 작은 방이 있는데, 왕릉을 지키는 사람들이 쉬었던 곳이라고 했다. 가까이서 보니 대각으로 누눠야 다리를 펼 수 있을 것 같았다. 죽은 사람 곁에서 사는 산 사람의 모습. 그는 다 들리게 말했다. '왕이나 될 걸 그랬어. ' 오래된 풀밭, 오래된 소나무, 그런 것들 밖에 없는 곳에서 그게 무슨 해라도 가져올까봐 어울리지 않는 큰 웃음으로 그 말을 가렸다. 



#날씨가 좋고


마저 시험 준비를 하고, 발가락이 외국어를 읊는 마음으로 다른 것을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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