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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맛

대숲 소리

_봄밤 2014. 1. 26. 23:39



열이 솟으면 피부로 달라 붙기 때문에 몸에는 기운이 없다. 너덜너덜해진 팔다리를 바로 눕히면서 나는 당신을 생각한다. 


동네에 벽돌로 허름하게 지은 집이 하나 있었다. 얼마나 허름했던지,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 올린 모양이 그대로 다 보이는 집이었다. 어느 틈에 손을 잠시 쉬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어떤 남자가 시멘트를 개고 벽돌을 하나씩 올렸다. 동네사람들이 도와주기도 했을 것이나, 대부분은 혼자서 지었을 것이다. 그렇게 지어진 작은 집은 밤이 되면 노란 불이 들어왔다. 집 뒤에는 대숲이 있어 작은 집을 안아주었다. 밤이면 파랗게 흔들리고 물 흘러가는 소리를 냈다. 작은 방에는 좀 모자란 여자와, 너무 가난한 남자가 함께 살았다. 좀 모자란 여자는 너무 가난한 남자를 사랑해서 항상 붙어 다녔다. 너무 가난한 남자는 좀 모자란 여자를 무척 아꼈다. 어딜가나 함께였다. 둘이 입은 옷은 항상 비슷했고 늘 조금씩 헤져 있었다. 그렇지만 얼굴에는 둥그렇게 큰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아이가 없었다. 오래도록 없었다.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잡은 손을 또 잡고 길을 걸었다. 버짐 핀 얼굴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어찌 그렇게 환하게 웃는가. 작은 집에서 대숲 소리를 들으며 밤에 잠을 잤다. 내일은 무엇으로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오늘 품을 팔고 내일 품을 파는 생활. 나는 좀 모자란 여자와 너무 가난한 남자가 함께 누웠을 방을 떠올린다. 바닥에 불은 잘 들어왔을까. 새벽엔 조금 춥지 않았을까를 생각한다. 언제 그 둘이 마을에서 사라졌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들 떠나고 오래 지나 벽돌집 귀퉁이가 허물어져 내렸다. 그 속을 몰래라도 본 일이 없다. 아마 몰래라도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나중에는 터만 남았다. 시멘트. 그 자리는 이제 공장이 지어졌다. 커다란 세퍼트가 두 마리 있어 밤이면 컹컹 짓는다. 대숲도 함께 사라졌다. 너덜너덜해진 몸을 한쪽으로 기울여 눕는다. 나는 당신을 생각한다. 이제는 없는, 그 밤의 대숲 소리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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