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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맛

부드러운 돌

_봄밤 2014. 1. 7. 13:36



아침을 늦게 나왔다. 버스가 내렸다. 음산한 하늘이 계속 이어졌다. 머리가 날개죽지까지 기른 여자가 돌을 들고 지나갔다. 손바닥 크기의 돌은 황갈색의 바탕에 흑갈색의 점이 무수히 박혔다. 귀퉁이가 부서졌다. 하얗고 가는 손가락이 돌을 가볍게 집었소녀는 돌을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점점 부서지는 돌, 작아지는 돌, 소녀의 아침이었다. 돌을 닮은 빵이었다.


연산자로 가득한 에이포용지가 내 자리에 떨어져 있었다. 버리려고 했다. 옆에 있던 남자가 그것을 가져갔다. 그의 것이었다. 한 바퀴 돌고 다시 자리로 오니 옆자리가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잠시 후, 태교에 관한 책 세권이 옆에 놓였다. 커다란 배가 나타났다. 남자와 함께였다. 연차라도 낸 모양이지, 남자는 토익책을 꺼내고 노트북을 꺼내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커다란 배는 책상의 직선을 자꾸 문질렀다. 그것을 점점 지워서 책상을 둥글게 둥글게 호를 만들것이었다. 커다란 배가 편하게 앉아있다. 남자는 독해를 펼쳤다.


물을 몇 모금 마셨다. 텀블러 안에서 희미한 커피냄새가 났다. 입속에 머금고 천천히 삼켰다. 냄새 없이 차가운 온도와 촉감만 남았다. 그가 입으로 전해준 온도가 생각났다. 눈을 감고 물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턱 안에서 어금니의 울퉁불퉁한 면에서 무수한 혀의 돌기 위아래서 

닿았다가 사라졌다. 삼키자 입이 떨어졌다. 오래된 책. 가느다란 면이 부드러웠다. 햇빛이 너머의 글자를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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