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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피데스는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이다.

18편이 현존하고, 그중 <메데이아>를 읽었다. 

 

 

 

메데이아를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메데이아의 남편 이아손이 크레온의 딸과 결혼하기로 하면서 불행이 시작된다. 메데이아는 남편에 의해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인생을 분노하고, 이아손에게 크게 분노하며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지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업친데 덥친 격으로 크레온(왕)이 메데이아가 자신의 딸에게 화가 될 거라고 생각해 추방을 명한다. 이에 메데이아는 복수를 다짐한다.

아이들을 크레온의 딸에게 보내 둘을 거둬달라고 말하며 선물을 보내는 것. 그 선물에는 독이 뭍어 있어 크레온의 딸과 크레온을 파멸시킨다. 그것을 전달한 자식 둘도 죽게된다. 이아손은 모든 것을 빼앗기고 분노하고 슬퍼한다.

 

 

다음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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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온 : 그대는 언어를 낭비하고 있소. 결코 나를 설득하지 못할 테니 말이오.

메데이아 : 하지만 당신은 나를 쫓아내고, 탄원을 전혀 존중치 않을 건가요?

크레온 : 내 집보다 그대를 더 많이 사랑하지는 않기 때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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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 : 아아 아아, 사랑은 인간들에게 얼마나 큰 해악인가!

크레온 : 사랑이 어떠한지는, 내가 보기엔, 운수에 달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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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온 : 떠나시오, 헛힘 쓰지 말고! 내게서 고생을 덜어주시오!

메데이아 : 나도 이미 고생하고 있어요, 새로운 고생은 더 필요치 않아요.

 

 

크레온과 메데이아의 대화.
아아, 사랑은 인간들에게, 얼마나 큰 해악인가!

메데이아의 통찰이 빛나는 부분. 누구나 사랑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사랑 때문에 온 세상의 비극이 일어나는 것일지도. 크레온은 자신의 딸보다 메데이아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보호하기 위해서)메데이아를 추방한다.

나도 이미 고생하고 있어요, 새로운 고생은 더 필요치 않아요.
메데이아의 찰진 대사. 나도 이미 고생하고 있어요, 새로운 고생은 더 필요치 않아요.
다른 여자와 결혼 침상(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으나 새살림 정도가 아닐까..?)을 꾸리려는 남편을 둔 메데이아.
그것만으로도 불행이 충분한데 이제 살던 터전을 떠나 이국으로 가야한다. 크레온 네놈의 고생이 무슨 고생이냐는 말이 점잖고 슬프다. 

 

 

메데이아 : 당신은 나를 배신했어, 그리고 새로운 결혼 침상을 얻었어,

아이들까지 태어나 있었는데도. 혹시 아직도 당신에게 아이가 없었다면

당신이 이 결혼을 원하는 게 용서될 수도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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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당신이 자주 잡곤 하던 내 오른손이여,

그리고 내 무릎들이여, 사악한 인간이 우리에게 거짓되이

손을 댔었구나, 우리는 희망을 맞히지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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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손 : 내가 이올코스 땅으로부터 어찌할 바 없는

많은 불행을 이끌고서 여기로 왔을 때,

망명자인 내가 이것보다, 그러니까 왕의 딸과 결혼하는 것보다

더 나은 어떤 횡재를 만날 수 있었겠소?

당신이 비난하는 것처럼, 당신의 결혼 침상을 싫어해서도 아니고,

새로운 신부에 대한 욕망에 쫓겨서도 아니며,

아이를 많이 낳겠다는 경쟁적인 열망을 품어서도 아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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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 -이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 번듯하게 살기 위해서,

부족함 없이 지내기 위해서였소. 나는 모든 사람이

거지가 된 친구를 멀찍이 피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오.

그리고 아이들을 나의 가문에 걸맞게 양육하기 위해서였소.

 

메데이와와 이아손의 대화
메데이아의 이야기는 흠잡을 데가 없고 이아손의 논리는 어처구니가 없다. 

크레온(왕)의 딸과 결혼하게 되는 것만큼 자신에게는 횡재가 없다는 말이 참 솔직한 가운데, 모두 자식들을 위한 것이라는 변명은 궁색하며 메데이아를 위한 존중과 사랑은 찾아볼 수 없다. 저 때에도 번듯하게 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사는 건 언제나 녹록치 않구나

그 와중에
아, 당신이 자주 잡곤 하던 내 오른손이여,
그리고 내 무릎들이여, 사악한 인간이 우리에게 거짓되이
손을 댔었구나, 우리는 희망을 맞히지 못했구나!

라는 말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사랑했던 한 때를 이야기하는 오른손과 무릎'들'이라는 복수의 표현이 아름답다. 

 

 

가정교사 : 여주인이시여, 이 아이들은 추방을 면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물은 왕가의 신부께서 기뻐하며 두 손으로 

받으셨습니다. 그쪽 일에 관한 한, 아이들에게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아니!

운이 좋게 풀렸는데 왜 정신이 나가서 서 계십니가?

[왜 그대의 뺨을 뒤로 돌린 채 저의 이 말씀을 기뻐하며 받지 않으십니까?]

 

메데이아 : 당신은 전할 것을 전했소. 그대를 탓하는 게 아니오.

가정교사 : 그러면 왜 눈길을 아래로 던지고, 눈물을 흘리시나요?

 

메데이아 : 정말로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오. 노인이여. 이 일을 신들과 내가,

잘못 궁리하고서 꾸며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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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 : 그대만이 그대의 아이들과 헤어지게 되는 건 아닙니다. 

필멸의 인간들은 재난을 가볍게 여기고 견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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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와 메데이아의 대화.
선물을 왕가의 신부가 두 손으로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아이들은 이 땅에 남을 수 있게 되었고, 불행중에 다행을 전했다고 생각했는데 메데이아는 정신이 나가 서 있다. 

가정교사의 조언.
필멸의 인간들은 재난을 가볍게 여기고 견뎌야 합니다.

 

전령 : ... 이건 두려움 없이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인간 중에

현명해 보이는 자들과 말 잘하는 듯 보이는 자들,

이들이야말로 가장 큰 벌을 빚지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필멸의 인간 중 행복한 사람은 누구도 없으니까요.

행운은 이리저리 흘러 다니고, 한 사람이 다른 이들보다 

더 운이 좋을 수는 있겠지만, 그가 더 행복한 자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전령 퇴장)

 

 

[코로스:  제우스께서는 울륌포스에서 많은 것을 나눠주시며,

신들은 예상치 못한 많은 것을 이루신다.

그러리라 싶은 것들은 이뤄지지 않는 반면,

분간치도 못하던 것들의 길은 신께서 찾아내신다.

이 일도 이와 같이 이루어졌다.]

 

클레온과 클레온의 딸, 그리고 이아손과 메데이아의 비극. 전령과 코로스는 위와 같이 이야기 한다.
비극, 진정한 비극. 

"그러리라 싶은 것들은 이뤄지지 않는 반면,
분간치도 못하던 것들의 길은 신께서 찾아내신다.
이 일도 이와 같이 이루어졌다."

 

 

 

신의를 지키지 않은 이에게 메데이아의 크나큰 복수.  

 

극중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 크레손의 딸은 무슨 죄인가. 심지어 이름도 없고 그냥 왕가의 딸이나 크레손의 딸로 나온다. 누군가를 반드시 불행하게 만들고서 행복해질 수는 없다. 그 와중에 이아손은 뭐가 잘나서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있는데 왕의 딸이랑 결혼하게 된거지.. 하고 찾아보았는데 그리스 신화에 메데이아가 이아손에게 반해서 결혼했다가,, 하는 장구한 이야기가 있었다.  

 

 

 

참, 이아손은 제이슨의 옛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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