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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말에 산 책. 

이 책은 시작장애인 작가 리오나 고댕이 쓴 책이다. 표지에 점자가 당연하게 있다. 원서 제목은 <there plant eyes>

대담하고 멋진 번역. 

 

위트가 전반에 흐른다. 우선은 문학적으로 눈멂에 대한 텍스트를 살피고, 인류 역사와 함께 신화가 된 시각장애에 대해 당사자가 말하며 무엇이 환상인고 실제인지 이야기한다. 역사 속에서 시각장애인과 그들의 삶을 살피면서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내 질병의 궤적은 봄과 눈멂의 스펙트럼에서 거의 모든 단계를 거쳐왔다. 은유적으로든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서든 그 스펙트럼은 이 책에서 내가 봄과 눈멂의 이분법에 대해 훨씬 더 진실하고 흥미로운 대안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눈멂이란 불완전하고 얼룩덜룩하고 악화하는 중이며 우발적이다.

 

이 책은 우리 문화에 만연한 시각 중심 주의를 조금씩 벗겨내고, 감각의 차이를 수용하는 사회 정의의 공간을 열어젖히고,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 눈멀과 봄, 어둠과 밝음 사이에 놓인 얼룩덜룩하고 광활한 지대를 찬양하고자 한다. 

21p

 

다시 말해 우리 시각장애인이 물리적인 것을 초월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비시각장애인의 고정관념에 끼워 맞추기보다는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눈의 소중함, 눈의 아름다움과 영혼 가득함에 대한 끝없는 노래에 나는 가끔 우울해진다. 문학에서 눈의 아름다움, 특히 홍채 색깔을 찬양하느라 쏟은 시간이 얼마나 많던가. 나는 비시각장애 친구들에게 홍채는 그저 근육일 뿐이라고, 그 이름도 재미난 홍채 괄약근이라고 유쾌하게 일깨워주곤 한다. 89p

 

"점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점자를 오컬트 영역으로 올려버렸다." 시각장애인 영문학 교수였던 로버트 러셀은 자신의 1962년 회고록 <천사 잡기>에서 이렇게 썼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선 항상 경탄하거나 아니면 무시해왔다. 따라서 오톨도톨한 점으로 덮인 한 장의 종이를 이해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앞에서 감탄하는 것도 사실 놀랄 일은 아니다. " 그러나 점자 읽고 쓰기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비시각장애인도 배울 수 있다. 문제는 동기이다. 

206p

 

내가 지금 이 글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독자 여러분께 밝히는 것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나는 엄마의 수동식 타자기로 독학한 터치 타이프 방식으로 워드 문서를 타이핑으로 작성하고 있다. 매끈하고 작은 윈도 노트북에 글을 쓸 때는 프리덤 사이언티픽에서 만든 조스라는 문자 음성 변환 소프트웨어로 오디오 피드백을 받는다. 내가 쓴 글을 읽어내는 무감한 컴퓨터 목소리를 듣다 보면 내 문장이 어떻게 들리는지 알게 된다. (...)여기서 밝혀야 할 것이 있다면, 나의 음성 출력은 매우 빠르게 설정되어 있어서(친구들은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원하는 것을 꽤 빨리 찾아내고, 비시각장애인 친구에게 견줄 만한 속도로 여러 페이지의 정보를 훑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아마 내가 동료보다 더 빠를 텐데, 비타민 광고나 아기 고양이 사진에 한눈을 파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212p

 

나는 홀먼이 아니지만, 혼자 외출하는 모험을 감행할 때 가장 기분 좋은 것 중 하나가 내 지팡이로 벽을 세게 치면서 벽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러면 근사한 메아리가 나에게 돌아오면서 조용한 거리든 동굴 같은 대학 복도든, 그 공간을 묘사해준다. 시작장애 어린이는 대개 걸음마를 시작하자마자 벽에 부딪치기를 피하기 위해 혀 차는 소리를 낸다. 메아리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인데, 홀먼은 반향 정위의 유용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2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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