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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글

피곤한 마음

_봄밤 2022. 3. 27. 18:24

리스트는 눈부신 재능을 지닌 음악가였고, 그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연주하면 자신의 온갖 재능에 더해 엄청난 음악성까지 표현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이 그렇게 편중된 피아노 실력과 음악적 천재성을 지니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그의 경쟁자들이 생각했던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왜소한 쇼팽이 갖고 싶어하던 한 가지 자질을 갖고 있었다. 그것을 바로 미모였다. 젊었을 때 날씬하고 품위 있고 쾌활한 금발의 리스트는 숨 막힐 정도의 미모를 자랑했고, 신체는 무쇠같이 단단했다. 그가 무대에 오르면 여성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리스트는 여기에 화답했고, 온 유럽이 그의 연애사에 안달복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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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자 영원한 상대는 담배를 즐겨 피웠던 폴란드 출신 카롤리네 자인-비트켄슈타인 공작부인이었다. 그녀는 키예프에서 리스트를 만났고, 리스트와 살림을 차리기 위해 남편과 3만 명의 시종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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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만 그를 흠모했던 것은 아니다. 리스트가 피아노 앞에 앉으면 그를 만난 사람들은 모두 리스트나 리스트의 연주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횡설수설하는 말더듬이가 되었다. 

 

해럴드 C. 숀버그, <위대한 피아니스트>

 

와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나. 진짜 매일 읽고 아껴 읽어야지. 이 책은 2권까지 있다. <위대한 작곡가들>이라고 총 3권이 더 있다. 행복하다. 리스트는 음악성 외에도 퍼포먼스에 주목했던 피아니스트인데, 여기에 그의 미모가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가를 고찰했다. 전동석을 이야기 할 때 참고가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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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피곤하다.

 

피곤하다는 말을 구태여 적는 것조차 피곤하다.

나의 생활은 극단적이다. 나가지 않는 날은 집에만 있다. 집에서도 할 일이 너무나 많고 그 밖에 시간은 주로 누워 있거나... 엎드려 있거나 그렇다. 지금은 카페에 와 있는데, 앉아있을 수 밖에 없는 공간이라 나와 있는 것이다. 집에 있다면 지금까지 누워 있었을 것이다.... 오늘 어쩐 일인지 7시에 깼으나 다시 자서 결국 11시에 일어났다. 2개의 꿈이 계속 반복되는 걸 보다가 일어나서 배구를 하러갔다... 그곳이 아니라면 배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났다. 배구를 할 때는 상쾌하고 재미있는데 끝나고 나면 피곤하다.

 

#부추비빔밥

집 앞 마트에서 부추를 사다가 부추 비빔밥을 해 먹었다. 단순한 레시피에 맛있었다. 향긋한 부추를 생으로 이렇게 섭취할 수 있다니 앞으로 자주 해먹어야겠다. 물론 맛은 오뚜기 비빔장과 참기름이 내고 있지만. 서울페이 가맹점이 한동안 없다가 가장 중요한 집 앞 마트에서 사용이 가능해져서 잘 쓰고 있다. 뭘 사도 10%할인이라고 생각하니 기쁘다. 공짜로 뭘 사는 것처럼.. 이따 집에 갈 걸 생각하니 또 기쁘다. 누워 있을 것이다... 누울 수 있으니까. 

 

#파친코 1화 본 후기

애플 tv가 파친코 1화를 유튜브에 무료 공개했다. 왜 애플 tv에 공개하지 않았을까? 무료 가입만 시켰어도 엄청난 수 였을테데. 유튜브를 돕고 싶었던 것일까? 유튜브 뷰 수익이 더 낫다고 보았기 때문일까? 애플이 똑똑하니 알아서 했겠지만 유튜브로 보니 접근성이 좋긴 했다. 편하고.

 

약간 어색한 부산 사투리+어색한 일본어가 독특했다. 지금과 달랐을테니 감안할 만하고 또 재일교포의 이야기이니 또 그럴만 하다. 그 시기를 어떻게 그리 잘 구현했는지 미술에 감탄했다. 1화의 중반쯤 윤여정이 나오고, 1화가 끝나갈 쯤에 이민호와 젊은 선자가 나온다. 젊은 선자의 배우는 왜 그녀가 젊은 선자 배역을 맡을 수 밖에 없었는지 연기 없이도 납득이 되었다. 생명력 있는 페이스가 놀라웠다. 어린 선자는 명민하고 눈치가 빠른 선자를 미리 보여준다. 이민호가 바로 반하는 순간도 이해 되었다. 젊은 여자가 물고기를 고르는 장면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자기 집 드나들듯이 물고기를 사며 상인과 이야기 나누면서 일본 순사가 지나갈 때도 혼자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놀이터처럼 커온 공간이었다. 이민호는 젊은 선자의 그때까지 키워온 배포와 눈치를 알아본 것일테지. 

 

일본어+한문+영어+한국어로 나오는 도시 설명에서 어쩐지 뭉클한 마음.

 

책은 보지 않았는데 곧 책도 봐야 할 것 같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 없었다." 이런 첫문장이라니...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세기의 첫문장이라는 안나 카레리나를 압도하는 모양이다. 

 

2화를 보지 않을 수 없게끔 1화가 끝난다. 플래시백이 자주 쓰인다. 그게 아니라면 구현할 수 없는 드라마이긴 하다. 일제 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삶을 일군 4대를 걸친 재일교포 이야기. 

 

#오미가리 종이접기 종이를 샀다

그것을 보기 전까지 그것의 존재 유무도 몰랐는데 보는 순간 사버렸다. 교보문고에서 발견. 오미가리는 종이접기의 일본말이다. 일본산 색종이를 샀다는 말. 굉장히 화려하고 예쁜 종이였다. 그걸 500장이나 샀네... 앞으로 뭘 접어야 할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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