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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보다보니 다른 공연에도 관심이 생겼다. 공연장에 브로셔가 비치되어 있는데, 그게 참 예쁘기도 하고 거기서 실제로 다음에 볼 공연 정보를 많이 얻는다. 손에 쥐어지는 오프라인의 힘이랄까.

 

4/2일 3시 해오름 극장에서 본 공연은 정말 감동이었다. 

https://www.ntok.go.kr/kr/Ticket/Performance/Details?performanceId=266144 

 

국립극장 - 2022 국립극장 기획 무장애 공연 <함께,봄>

 

www.ntok.go.kr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임동민이 함께 하는 공연이었다. 피아니스트 임동민은 워낙 유명하고,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는 처음 들어봤는데 전 좌석 1만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놀라서 예매했다(어떻게 1층과 2층과 3층이 모두 같은 가격인가요) 국립극장 다운 가격 정책! 국립극장 회원이면(무료)여기서 20%할인이 더 된다. 영화보다 싼 가격으로 연주자들의 공연을 보게 되다니.

남산이 보이는 국립극장. 남산공원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주위에는 유명한 호텔들이 많다. 지하쳘은 동대입구역, 충무로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등에서 버스로 갈아타면 금방이다.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는 장애인 및 소외계층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음악교육지원 프로그램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에서 음악교육을 받고 있는 재학생과 수료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대학교수와 음악가로 활동하는 11명의 선생님이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국내외 다양한 무대에서 연주를 진행했는데 이번 무대에서 모든 구성원이 함께하는 첫 합동 음악회라고 한다. 브로셔는 점자가 함께 기재되어 있다.

1층 좌석

오케스트라는 바이올린1, 바이올린2,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클래식 기타, 플루트, 클라리넷, 오보에, 호른, 트럼펫, 피아노, 팀파니, 그리고 가야금 연주자로 구성되어 있다. 

 

지휘는 이원숙 협연은 피아노 임동민, 사회는 배우 김호진. 

그리고 수화해주시는 분이 계셨다. 아쉽게도 브로셔에는 나와있지 않았다. 

 

무장애 공연이라는 것을 처음 보았다. 사회자가 천천하고 나긋한 음성으로 오늘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동안 전면의 큰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수화가 송출되었다. 공연 시작 전에 비상구를 안내하는데, 각 하우스어셔가 각 비상구를 손뼉으로 안내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1층 비상구 6개, 2층, 그리고 3층 비상구를 박수소리로 안내했다. 시각 장애가 있다면 비상구 확보를 어떻게 할까? 녹색 전광판을 공기처럼 확인해서 다른 공연을 볼 때에는 확인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안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5분 동안 박수소리가 공연장에 울렸다. 나는 이 부분에서부터 눈물이 났다. 이렇게 간단하게, 그다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은 환대를 이런 공연에 와서야 알 수 있다니. 물론 각 비상구마다 어셔가 있어야 하는 부분에서 인력이 충분해야겠지만, 대부분의 공연이 시각과 청각에 의존해야만, 그리고 당연히 걸을 수 있는 몸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착한다면 너끈히 이러한 안내를 통해 이곳에 비장애인이 아닌 사람도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보통 공연장은 무대가 시작되면 조명이 어두워지는데, 조명에 큰 변화없이 무대가 진행되었다. 그러니까, 무대도 밝고 좌석도 밝은 공연장이었다. 

 

행사 축사로 시각장애인 김예지 국회의원이 안내견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녀는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는데, 뷰티플마인드에서 배웠다고 했다. 자신이 과거에 있던 단체를 이제 축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안내견과 함께 국립극장에 올라와 인사를 건네는 일이 매우 의미가 깊어보였다. 이것이 정치라면 당연하다. 그녀는 와야할 곳에 왔으며, 자신을 보여주어야 하는 무대 위에 섰다. 축사는 무척 매끄러웠고, 봄날처럼 따뜻했다. 

 

프로그램 첫 번째 곡이 망각이라는 점에서 이 대단한 선곡을 뭐라해야 할지 모르겠다. 망각이라는 대담한 제목. 장애가 있는 그들이 연주해서 더욱 제목이 뜻깊게 다가왔다. 이것을 첫 번째 선곡으로, 2번째 곡은 봄의 프로그램답게 사계(봄)을 연주했고, 그 다음은 윌리엄 텔 서곡이었는데 콘트라베이스와 팀파니가 정말 신났다. 

 

 

 

그리고 멘델스존의 콘서트 피스 No.2, Op.114, 3악장이었다. 관악과 피아노 편성을 갖는 곡이라고. 클라리넷 연주가 3명이 무대 앞으로 나와 연주했다. 

 

K.new 도 역동적인 곡이었다. 가야금 협주였는데,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의 오케스트라와 가야금 실제 연주를 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음악이 이렇게 기쁘고 벅차오르게 할 수있다니

 

 

그리고 임동민과 협연한 곡은 피아노 협주곡 12번 A장조 K.414 모차르트의 곡이다. 그의 곡이 원래 그렇듯 아주 쉬운 음악처럼 보이는데, 피아노가 앞서 연주하고 오케스트라가 뒤를 따라와 함께 노래하는 것 같았다. 천진하고, 봄날의 따뜻한 기운에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앵콜곡으로는 임동민 피아니스트의 슈만 곡을 연주했고,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는 오버 더 레인보우를 연주했다. 정말 눈물 나서 혼났다. 이렇게 좋은 공연을 보게 되다니. 

 

연습한 나날들을 상상해보았다. 어떻게?가 떠나질 않는다. 지휘자의 손짓과 기호를 어떻게 보았을까? 어디서 소리가 커지고 작아지고를 캐치할 수 있었을까? 어떤 약속을 하고 연습했을까? 그들만의 방법과 룰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그것을 보여주었지.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비장애인들에게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무장애공연이 많아져서 모두 장애없는 것처럼 공연을 즐길 수 있었으면.  

 

어셔의 비상구 박수소리가 공연의 일부라고 느꼈지만, 그것이 당연한 오프닝이 되었으면 좋겠다.

 

웅장한 실내

 

 

이 공연은 자막·수어·음성해설을 더한 무장애 공연 영상으로 제작해 장애인 관련 기관에 배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비장애인들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봄기운을 가득 받은, 따뜻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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