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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폭력보다 '더 넓은 공간'을 갖는다.

폭력이 '더 많은 시간을 갖게 되면' 권력이 된다.


권력은 더 많은 공간과 시간에 근거하고 있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46p.


주말동안 읽었다.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헤겔을 찾아봐야겠다.


 



참외를 깎았다. 참외는 다 먹었고 껍질은 안팎 없이 겹쳐지고 포개져 있다. 껍질로서는 한 번도 닿지 못했을 상아색 참외의 차가운 안쪽에 닿고, 참외의 평생 동안 노란색이라는, 말도 안되게 연약한 색깔로 보호받던 안쪽은 이제 바깥의 거칠거칠함이라든지, 꽤 깊게 패인 골을 만난다. 이때까지 서로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단단하게 지켜온 경계가 없어지는게 끝이라는 생각이다. 이따금 손가락으로 배 안쪽 내장을 만져본다. 붉고, 구불구불하고 연약할 것이다. 말없이 내장의 피로가 온 몸을 휩쓸고 지나가 버리는 것. 어석어석 썰어놓은 껍질 산은 이제 향기가 깊다. 천천히 썩어갈 것이다. 여름을 내느라 머리가 어지럽고 땀이 머리카락에 붙어 좀처럼 안정할 수 없다. 참외를 다만 먹을 뿐이지만 껍질의 사태는 이런 것을 알려준다. 


죽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날들에도 너는 성실히 안아준다. 저리거나 뜨거울텐데 무던하다. 그런 밤을 생각하면 따뜻하고 맑은 국물의 국수를 먹고 싶다. 안온이라는 이름이 좋겠지. 우리는 서로의 접시를 봐주며 조용하게 비슷한 시각에 젓가락을 놓는다. 그건 고요라는 이름이 좋겠지. 너는 간밤에 졸면서 구두를 주문 한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구두'라는 말이 귀여워서 한참을 생각한다. 너는 아마 구두가 필요했던 것 같다. 발이 더 예쁘겠구나. 여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한여름에만 볼 수 있는 것을 보려고 하루나 이틀 쯤 여름 속에 있다 올텐데, 별 말이 없어도 웃음 소리가 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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