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진하게 화장을 하고
예쁘게 머리를 하고
오늘도 집을 나서는 넌 예뻐

높은 구두를 신고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너 너무나 아름다워 but

넌 모를 거야
자다가 일어나 살짝 부은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넌 모를 거야
자기 전 세수한 니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자꾸 거울 보지마
몸무게 신경 쓰지마
넌 그냥 그대로 너무 예쁜 걸
No make up ye no make up ye
No make up 일 때 제일 예쁜 너

.




자이언티는 이제 '넌 모를거야'(2015.10)라고 노래 할 수 있을만큼 여유로와졌다. 이제 자이언티는 '그냥 색깔이 맘에 들어 골랐어'라면서 속이 뻔히 다 보이도록 매력을 과시하지 않아도 좋다. 매력적인 목소리가 '최선'까지 다했을 때,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씁쓸하니 체할 것 같았던 감정을 아는지. 씨스루(2012)를 불렀던 자이언티가 그랬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뮤비와 함께 긴장을 타던 독보적인 목소리를 기억하는가. 그속에서 자이언티는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너를 찾아 노래 내내 헤맸다. 색색이 바뀌면서 자이언티의 눈에서 쏘아져 나오는 빔은 단순히 노래 제목에 맞춘 구성이었을까? 이런 기교, 이런 리듬, 이런 음색을 모두 발휘하면서도 그런 모션을 취했던 것은 도무지 '네'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는 화자가 찾는 그녀만은 아니다. 자이언티 노래가 구애하는 공작처럼 화려했던 것은 (대부분)여성으로 보이는 노래의 청자, 그러나 그것은 손가락이었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대중에 대한 향한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홀딱 반하게 해야할텐데.' 초의 자이언티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각인되기 위한 대부분의 전략이 그렇듯, 현란하다. 이렇게 해서 바닷물을 다 퍼마실 셈인가, 마실수록 갈증일 것이다. 어떤 지류가 되기에는 성에 차지 않는다. 자이언티는 집집마다 있는 생활의 물에, 이 평범함에 관심을 돌린 듯 하다. 전략이라기 보다는 음악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본연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고 해두자. 세상사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은 인기에 바닷물은 마시지 않는다. 사람들이 마시는 물을 먹고, 그 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언제부턴가 자이언티는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양화대교 2014.9)라고 노래할 수도 있고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먹어요'(꺼내먹어요 2015. 5)라며 넌지시 노래를 남겨두고 돌아설 수도 있게 되었다. 조바심을 두지 않아도 될만큼 성장한 걸까. 시작은 뻔한 멜로디(2013.7)의 성공부터였을 것 같다. 제목 그대로 뻔했고, 심지어 '나도 그들 중 하나 이별 이야기라니 하하하 하하'허탈한 웃음은 강력한 훅이 되어 남았다. 당신을 매혹시키기 위한 뮤지션에서, '나도 그들 중 하나'라며 일반을 이야기 하는 화자로 돌아온다. '압도'해야 한다는 전전은 없다. '함께'한다는 공감으로의 우회. 이렇게 느슨한 요청은 이제 마음에 눌러 붙어 오래 가는 목소리가 되었다.  

하나,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면 둘, 순간에 빠져야 겨우 '들었다'고 할 수 있을만큼 노래 가득한 세계에 '저녁'같은 순간을 주는 것. 평범하게 뭍힐 수도 있었다. 눈을 빼앗는 노래를 너무나 많고, 손이 머물 노래는 일마다 차트에 밀려난다. 자이언티는 어느순간 부터 노선 1에서 2로 선회했는데, 이것은 노래 속 화자의 성장과 연관있다. 너(대중)를 떠보는 조심스러운 밀당에서 시작해, '사람들이 보게 해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Babay)라며 대중을 사로잡으려는 조바심 귀여운 남자는 이제 집을 나서는 너, 자기 전의 너, 아침에 일어 났을 때의 너(대중)를 모두 아는 남자가 되어 'No Make up일 때 제일 예쁜 너'를 부른다

사랑을 완성하는 여정이 그의 곡 속에 진짜처럼 있다. 그러나 '완성'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터무니없이 다음 생까지 가져갈 위대한 사랑이거나 가슴 아프게 잊어야 하는 안타까운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 가능한 '생활'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No Make up'이 특별하다. 이 평범함이 여간해선 이룰 수 없는 환상의 나라라는 것이 포인트. '샤샤샤'노래를 부르며 힘내라는 트와이스의 응원에 힘을 내고, '봄이 그렇게도 좋냐'며 마음의 소리에 함께 욕을 하다가도 실상은 아예 포기하고 송중기와 송혜교의 판타지의 세계로 떠나 'You Are My Everything'에 황홀 할지라도 실은 이보다 더 간절할 수 없다. 

노메이크업을 한 그녀와 시간을 보내는 것. 노메이컵을 보여줄 수 있는 그와 함께 있는 것. 퇴근 후라는 것. 둘이 함께 있을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 일하고 돌아온 저녁, 니가 제일 예쁘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의 칸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실업률 12.5%, 월평균 지출액 전년 대비 증가율 8.67%. 청년들은 불가능한 수치에 쓰여진 저 시를 듣는다. 애저녁 저 노래를 듣는 것은 언제가의 저녁 내가 꼭 가져오고 싶은 읆조림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현재를 포기할 수 없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가 대신 부른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크게 아플것도, 예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그냥 평범한 사랑이다. 간파했다고 하면 좀 아픈 것 같고, 자이언티가 동시대를 고민하며 진솔하게 풀어냈다면 어떨까. 더 이상의 복고도, 오지 않을 희뿌연한 미래도 아니고, 그래 없이 하는 연애 애잔해서 안타까운 동정이 아니라 지금이 아니라면 다시 오지 않을 이 젊은 몸으로 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풍경의 맛'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피차  (0) 2016.07.29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0) 2016.07.25
비자림에서  (0) 2016.06.19
천 개의 손  (0) 2016.05.16
Take your marks  (0) 2016.05.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