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소곤

케익의 맛

_봄밤 2016. 1. 10. 18:02




반지를 빼놨다. 잠깐이고, 별다른 문제는 없을 거다. 


내년과 내후년, 그리고 그 이후로의 시간은 거짓말도 못하고 백지다. 너덜거린다. 올해는 유난하다. 찢어버릴 용기는 없지만 지금은 그저 그 밑에 수두룩한 크레파스는 치워야 한다. 는 마음이다. 그러나 과연 치울(수 있을) 것인가. 색색을 집고서는 크레파스에 대한 생각으로 한 달 한 달을 보내지 않으려나. 

크레파스의 냄새와 두껍게 발려도 깊어지지 않는 색깔과. 그러나 부러지지 않는 기대로 만들어진 크레파스. 


일요일이 나를 보내고 있다. 


남들 다 하는 걸 왜 하는지 알겠더라 언니. 초도 꽂구, 십구팔칠도 세보고, 종소리도 듣고 그랬지. 새해 안부를 묻는 동생의 이야기에 늦은 초를 켜봤다. 초가 다 녹을 때까지 기다리자는 석이의 말에 약간 웃었다. 솔직해지고 싶다. 맛있을 거란 기대보다는 그저 케익같은 맛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산 케익은  없었다. 하지만 어떤 케익을 먹어도 '케익같은 맛'이 무엇인지는 아마 계속 모를 것 같다는 마음이, 이날의 위로였다. 







'소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가 없던 아침  (0) 2016.05.13
그대에게-강아솔  (2) 2015.12.18
서라벌호프-이아립  (0) 2015.12.15
이름 없는 소행성에 이름을 지어주지 말자  (0) 2015.11.25
소란  (0) 2015.11.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