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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사 캠프-김승일

_봄밤 2016. 1. 4. 10:31

대명사 캠프






김승일


이름을 불길해하는 사람들. 윤곽을 좋아하는 사람

들이 있다. 나를 나라고만 소개하고, 너를 너라고만 

부르는 사람들. 우리는 대명사 캠프에서 만날 거예요.


갈대를 그것이라고 하고. 바람도 그것이라고 하고.

그것이 그것에 흔들린다고 하면. 주문을 웅얼거리는

기분이 된다. 주문을 그것이라고 하고 기분을 무엇이

라고 하면. 우리는 그것을 웅얼거리는 무엇.


당신은 어디서 살다 왔나요? 저기서요. 이럴 수가.

나도 당신처럼 저기서 왔어요. 다신의 저기와 나의

저기가 같다고 생각합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위로가 

되죠. 우리는 빙 둘러앉아서. 캠프파이어의 대명사가

되려고 한다.


황당하군. 여배우더러 이름도 없이 살라는 건 사형

선고죠. 그녀를 그녀라고만 불러서 속상한 사람이 생

겼다. 서운하면 돌아갔다가.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

오세요.


이름을 많이 부르면 빨리 죽는대. 엄마, 엄마, 자

꾸 부르면 빨리 죽을까 봐. 나느 엄마한테 너라고 한

다. 공교롭게도, 너도 나를 너라고 부르지. 죽음, 죽

음, 자꾸 불러서 죽음은 더 유명해지고. 나는 나를 나

라고 소개하네. 우리가 우리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

갈 때.


대명사 캠프는 캠프의 대명사. 우리는 빙 둘러앉아

서. 캠프의 윤곽만 남길 것이다. 캠프를 그것이라고

하고. 윤곽도 그것이라고 하고. 그것의 그것만 남을 

때까지. 우리는 캠프파이어의 대명사. 우리는 그것에

흔들리면서. 우리는 그것을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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