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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중국술을 마셔요-이장욱

_봄밤 2015. 10. 21. 21:17




내일은 중국술을 마셔요


이장욱






어젯밤의 거리에는 고양이들이 무한하게 숨어들고

숨고 달리다가 영원히

사라지고


우리는 작년에 복권을 사고

올해도 우리의 인생은

전문가들이 이끌어주겠지


나는 꿈 밖으로 새나가는 목소리를 막았으면 해

부디 당신이 내게 관대할 수 있도록


3년 후에는 조금씩 무능력해져서 행복하고

5년 후에는 아주 오랜만에 반성을 하네


오늘은 완벽한 인간으로 살겠지만

내일은 그런 것들이 좋다


잠 속에 꽂힌 화살이 바람에 흔들리고

또 이 밤엔 영문을 모르고 깨어나겠지


내일은 중국술을 마시고

고양이들이 달리는 거리를 걷기로 해요


지구상에 단 하나뿐인 밤의 거리에서

하루 종일 유리창들은

투명하느라 바쁘고


우리는 고양이처럼 섬세하게

숨고 달리다가 영원히 

사라지고






이장욱, 『정오의 희망곡』, 문학과지성사, 2006. 







이 사람은 누구지? 

10년전 이장욱? 이장욱과는 다른 사람인가. 깜짝 놀랐다. 

깜짝 놀랐다. 내일도 놀라면 정말로 큰일인데. 생년월일을 너무 오래 읽었나, 정오의 희망곡을 읽은지 이틀이 채 되지 않아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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