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풍속-황인찬

_봄밤 2015. 9. 26. 21:19



풍속




황인찬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부자의 아내 창밖으로는 삶이 부

서지지 않는 풍경이 펼쳐져 있고, 복도에 울려 펴지는 내

아이의 이름이 있는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너의 사촌 형 일 년에 한 번, 머

나먼 시골집에서 너를 만나고, 두 사람의 비밀은 죽을 때

까지 어른들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뒷산의 돌무덤 아름다운 세계가

자꾸 이곳에 있고, 항상 까닭 모를 분노에 시달리던 어린

시절도 다 지나갔다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내가 되고 싶었던 것

 하지 말아햐 할 것은 해서는 안 되는 것


 눈을 뜨면 아침이 오고, 익숙한 한기가 발밑을 맴돈다

 누군가 문을 두드렸지만 열지 않았다





황인찬, 『희지의 세계』, 민음사, 2015. 9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음 생에 할 일들-안주철  (0) 2015.10.19
우리 약국 갈까-임승유  (0) 2015.10.11
가시를 위하여-김선재  (0) 2015.08.09
키스의 시작-김중일  (0) 2015.07.20
피의 종류-이장욱  (0) 2015.07.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