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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의 시작-김중일

_봄밤 2015. 7. 20. 18:35



키스의 시작



김중일




 두사람 지평선 왼쪽 맨 가장자리에서 공기로 빚은 얼굴

만 한 빵을 한입씩 나누어 베어 물듯 고요하게

 왼쪽 맨 가장자리가 지구 한바퀴 돌아 오른쪽 맨 가장자

리를 따라잡기까지 순식간에


 실업한 두사람 발치에 떨어진 풍선을 몰래 들듯 가만히

 두 손으로 서로의 얼굴을 들고 온몸 부풀어 떠오르도록

입 맞대고 서로를 숨처럼 서로에게 불어넣고


 어느새 달아오른 살갗 주름진 표정을 뒤집어쓴 두사람

 온몸을 서로에게 구겨넣고 이제 멀리 떠나버리려는 듯

마지막으로 키스하는 두사람

 서로의 몸속에 각자 온몸을 다 쏟아붓자 사라진 두사람

 눈앞에서 남은 건 한주먹의 투명한 적막뿐


 적막을 걷고 맨 앞으로 등장하는 두사람

 숨소리로 빚은 얼굴만 한 빵을 한입씩 베어 먹듯 막 키스

를 시작하는 두사람





김중일, 『내가 살아갈 사람』, 창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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