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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맛

생일 축하

_봄밤 2015. 11. 4. 22:06





월드컵 경기장 근처 공원에는 근처 조경을 위해 만들어 놓은 정자가 있다. 정자 주변에는 깊이 30cm정도 될까 얇팍한 물을 고여 놓았다. 크기는 팔을 세 아름쯤 벌리면 폭 안길만한 직경에 웅덩이가 그런대로 어울리겠으나 연못이라 해놨다. 그 안에는 <위험하니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표지가 세 개나 꽂혀 있다. 서른 살 먹는 이 케익 위에 비좁게 꽂히는 초마냥 말이다. 기껏해야 종아리도 다 못젖을 것 같은 연못에 들어갈 경우 무엇이 위험할지 선뜻 알 수 없었다. 누가 위험해지는가. 1. 정자관리소장 2. 어색하게 심겨 있는 부들 3. 바지(마르지 않고 계속 젖는다)


그 중에 키낮은 표지판 하나는 <먹이를 주지 마시오>라는 말이 써 있는데, 허리를 숙이고 보니 머리가 검은 물고기 너댓마리가 추위 내린 가을을 움직이고 있었다. 흘러내린 목도리를 등 뒤로 넘겼다. 


호젓한 쉽터는 흔적으로 더러웠다. 앉는 곳과 밟는 곳의 구분이 없었다. 서서 바라보니 작은 연못이 애처로웠다.  물소리가 나는 곳을 가보니 풀숲이 가슴께까지 올라와 있다. 다 먹은 옥수수가 걸려 있다. 먹다버린 라면 면발이 잎새마다 늘어져 있었다. 


이 풍경의 제목은 <생일 축하>다. 말에 뜻을 물어보면 이 풍경을 놓고 싶다. 누군가는 머리가 검은 물고기와 놀다올지 모르겠다. 방향 모르게 사라지기 좋으니 사려깊다. 헤어질 때는 인사를 해야한다. 생일을 묻는 안부는 오늘까지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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