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풍경의 맛

김윌리

_봄밤 2015. 10. 28. 23:27






1.

그는 자신을 김윌리라고 소개했다. 김윌리와 나는 책상 위에 걸터 앉아 시시한 이야기를 했다. 윌리가 와서 반가웠다. 무엇을 하자고 했는데 지금은 김윌리라는 이름만 겨우 기억난다. 오늘도 또 만났으면 좋겠다. 윌리가 누구냐고. 모른다. 나도 어제 꿈에서 처음 본 사람이다. 


추측하건데 그는 귤의 환생이 아닌가 싶다. 어젯밤 산지직송 코너에 재미를 붙여 무엇을 어떻게 팔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있었다. 진짜로 살 수도 있다는 마음이 약간은 있었기에 몇 가지를 물망에 몰리기도 하며 꽤나 신이났던 것이다. 54가지 산지직송 메뉴를 살펴 본바 마침내 4강에 오른것은 사과와, 귤, 미니 파프리카, 사과대추였다. 사과대추는 충격을 안겨주었다. 대추가 이렇게 커가지고 여러입을 베어먹을 수도 있었다. 주변에서 대추향이 나는 것 같다. 이 중에 귤은 여러 종류가 있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유난히 비싼 귤이 있어 살피니 <위미귤>이라는 이름이다. '위미'라는  지역에서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같았다. 두 번째 주문해 먹는다는 상품평을 읽으며 언제고 귤을 사먹어야지하고 잠들었던 모양이다. 과연 윌리는 위미귤과 연관성이 있겠는가. 


2.

그제는 월요일이었고, 야근을 했고, 비가 열 한시에도 왔다. 꽃이 촘촘한 우산을 쓰고 왔다. 방안에 펼쳐놓은 채 잠이 들었다. 꿈에서 큰 비가 왔다. 나는 아늑한 집이었다. 비가 크게 오기 때문에 집 전체에 우산을 씌었다고 했다. 나는 그게 좀 이상했는데 으레 해온 일 같았다. 우레처럼 비가왔고 집이 다 흔들릴 정도였지만 가족은 아무런 걱정없이 어둔 실내에서 누워서, 팔을 괴고 저마다 이야기를 보탰다. 


비가 많이 오는 집에 우산이 씌워져 있다니... 하긴 더한 꿈도 많다. 


4.

수영을 하겠다는 다짐은 이렇게 흐려진다.












'풍경의 맛'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게 소회  (0) 2015.11.12
생일 축하  (0) 2015.11.04
토요일의 토요일  (0) 2015.10.25
9월이 지나면 깨워주세요  (0) 2015.10.12
그때 내게 등을 보여준  (0) 2015.09.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