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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이 되었다. 강남 출퇴근을 한지도 대충 두 달이 되었다.

지하철을 타면서 생각한 것들이 많다.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하철은 정상성의 테두리, 경계선, 절벽 끝이다. 서울에서 오전 7시 발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사람은 가까스로 보통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지하철에 오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몸과 정신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탈 수 없다.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안은 자리를 내어주거나, 양보하거나, 타인을 돌보는 일이 불가능하다. 타는 이 스스로 그냥 견디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안에서 쉽게 불행해진다. 

 

1. 비장애인만 가능한 지하철타기

몸과 정신이 조금이라도 불편해서는 지하철을 탈 수 없다. 일단 진입부터 허용되지 않는다. 지하철에는 공간이 없고, 비장애인 겨우 서 있는 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뿐이다. 서로를 돌볼 겨를이 주어지지 않는다. 나를 부지하는 것도 힘들다.

 

2.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 지하철 출근러

동시간에 함께 출근하는 사람들은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를 경험한다. 나는 이렇게 타인이 가까이 있는 것을 애인을 제외하고 경험해보지 못했다.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험... 이 가까운 사이에서는 감지하지 않으려고해도 타인의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3. 종3을 찍어라

 

3호선을 타고 있다. 이들은 대거 종로3가, 을지로에서 내린다. 간혹 경복궁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야말로 가뭄의 콩처럼 드문일이다. 그뒤에는? 희망이 없다. 충무로에서는 심지어 더 타버려서 다시 만차가 된다. 아아. 아아!

때문에 종로3가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한 눈에 알아보고 찍고 내려야 한다. 내가 유추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종로3가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았다. 

 

2. 내가 탄 시점에 깨어있으며, 핸드폰을 하고 있는 30-50대 남성

3. 그들의 패션은 준정장. 가방이 필수인데 직사각형의 드는 가방인 경우와 백팩으로 나뉜다.

이것을 심하게 벗어나면, 역시 종3과 을지로를 벗어난다(그러나 그 전에 내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4. 연령대가 30대 초반이거나 캐쥬얼한 옷을 입은 남성일 경우는 피한다. 높은 확률로 강남에 간다

5. 그러나 2,3을 만족하는 여성의 경우에도 종종 종로3가와 을지로에서 내리는데

여성의 경우 높은 확률로 압구정 이후에서 내린다.

6. 간혹 교복을 입은 학생의 경우 경복궁~종로3가에서 내린다 (성비 불문)

 

출근 시 지하철을 탄다는 것의 뜻은 무엇일까.

문을 통과하자마자 내가 설 곳을 정해야 하며 한 번 정한 이상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다른 자리 이미 다른 사람들이 모두 차지) 반사적으로 자리를 스캔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자마자 깨어있고, 30-50대인데 준정장을 입고 있으며, 핸드폰을 하는데 게임이 아니라 무언가를 읽고 있는 사람 앞에서 서야한다. 

 

그러면 5번 중에 3번은 종로3가~을지로에서 앉아갈 수 있었다.

저렇게 하는데도 두번은 틀리다니. 아아.

 

틀린 이유는

내가 탄 시점에서 핸드폰을 했을 뿐인 사람인 경우. 놀랍게도 다시 잤다.

준정장와 백팩의 조합은 종종 압구정도 간다

여성을 피해 섰더니 여성이 내리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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