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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을 하고 만다린 주스

 

 

 

 

이제니

 

 

고백을 하고 만다린 주스

달콤 달콤 부풀어오른다

달콤 달콤 차고 넘친다

 

액체에게 마음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할까

당신은 당신을 닮은 액체를 가지고 있나요

당신은 당신을 닮은 액체에게 무슨 말을 하나요

 

고백을 하고 돌아서서 만다린 주스

고백을 들은 너는 허리를 숙여 구두끈을 고쳐맨다

고백과 함께 작별이 시작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액화되었습니다

액화되었습니다

 

나는 만다린 주스를 응원하고만다린 주스는 나를 응원하지만
만다린 주스는 울적하게 달콤 달콤울적 울적하게 줄어들며 달콤 달콤
가만히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어제의 고백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심정
우리에겐 식탁과 의자와 바닥과 불안과어제보다 조금 더 묽거나 조금 덜 묽은 액체가 있었다
고백을 하고 만다린 주스달콤 달콤 다시 부풀어오른다

달콤 달콤 다시 차고 넘칠 때까지

 

 

이제니, 『아마도 아프리카』, 창비, 2010. 

 

 

+

'고백을 하고/만다린 주스' 가 아니라

'고백을 하고 만다/린 주스'라고 읽는다

 

'고백을 하고 만다' 라는 것에서 '만다린'을 생각했던 것 아닐까. 그래서 '만다린'과 '주스'가 연결된 것이고

'고백'과 '주스'가 주는 같은 심상 '달콤 달콤 부풀어오른다'를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신선한 것은 주스와 고백의 만남이 아니라, 

'고백을 하고 만다' 와 '만다린 주스'가 중첩되는 지점이 싱싱하여 '달콤 달콤'한 것이다.

 

 

 

작성 : 2013/11/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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