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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반체제 인사를 억누르는 정책을[일부러] 추구할 필요가 없다. '사영화된' 언론 대기업에 의해 강제되는 '의견 단일화'가 그 일을 훌륭히 수행해 내니까 말이다. 

이런 명백한 '제약'은 고전적 전체주의와 전도된 전체주의 사이의 중대한 차이점을 말해 준다. 전자의 경우, 경제는 정치에 종속된다. 전도된 전체주의 체제에선 그 반대로 경제가 정치를 지배한다. 또 이런 지배와 더불어 특이한 형태의 무자비함이 출현한다. 책정된 예산을 지출하지 않고, 사회보장 수급권을 제공하지 않거나,의도적으로 일정한 규제(예컨대, 환경보호 장치, 최저임금 기준)가 집행되지 않거나 연기되도록 함으로써 정부가 특정 집단에 제재를 가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얼핏 국가권력의 축소로 보이는 것은 실제로는 권력 증대를 의미한다. 정부가 책정된 예산을 지출하지 않는 조치는, 그 조치로 타격을 입는 이들에 대해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는 권력의 한 표현이다. 최저임금 기준을 연기하는 조치는, 그 조치로 인해 혜택을 입거나 고통을 받는 이들에 대해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는 권력의 한 행동이다. 

 

 p104 3장 : 전체주의의 전도, 민주주의의 왜곡 

 

 

아마도 기업 확장 문화의 가장 경악할 만한 화신은 월마트일 것이다. 저가상품 천국인 동시에 

슈퍼파워와 완벽한 짝을 이루는 경제 파트너인 이 기업은 그 자체로 매우 공격적인, 전체주의화하는 권력체다. 

이 기업은 지역 마을 속에 쉴 새 없이 제 거점을 마련하고 있고, 경쟁 능력이 없는 소규모 사업체들을 파괴하고 있다. 

또 노동자들에게 저임금, 가혹한 노동 여건, 열악한 의료보험을 강제하는 한편, 노조 결성을 막고 있다. 이는 곧 기업적·제국적 양태의 전도된 전체주의인 것이다.


p223 8장 : 슈퍼파워의 정치학 

 

 

위기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바로 위기다. '위기'crisis란 말의 문자 그대로의 뜻은 '전환점'turning point이다. '하나의 전환점이지만 위기는 없다'는 이 정식화를 '전도된 전체주의'라는 조건에 적용해 볼 때, 우리에게 나타나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왜 그런 종류의 전환점이 지금 출현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를테면 쿠데타나 혁명적 전복에 관한 증거가 없는 경우, 급진적 정치 변화들은 어떤 식으로 은닉되나?' '오늘날 미국이 전도된 전체주의라는 정치적 전환점에 서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까?'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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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극단적이며 매우 이데올로기적인 우파의 발흥은 자유주의자들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을 통해 추동되었다. 우파는 자유주의자들을 '미국 혐오자들', '기업 적대자들'로 묘사했는데, 그리하여 이 두 유형이 실은 같은 차원에 있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인 가운데 상당수가 기업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보도되었음에도 말이다. 역설적이게도, 또 고전적 전체주의와는 달리, 부시 행정부는 자유주의를 공격하면서도 해외에는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을 건설하겠다는 정권의 의지를 천명했다.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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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청색]과 공화당[적색]을 이처럼 색으로 부호화하는 것은 상당수 자유주의자들이 민주주의에 관해 심각하게 유보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흐린다. 

즉, 그렇다면 민주당 중도파의 색깔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하여 우리는 혼돈을 목격한다. 보수적 엘리트들은 민주주의자를 미워하고 또 엘리트주의적 자유주의자들과 동맹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보수적 엘리트들은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자유주의자들을 미워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색깔과 무관하게 모든 정치인들이 앞다퉈 민주주의에 경의를 표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민주주의의 동학은 이제 바닥났고, 그 힘은 주로 수사학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인가? 만일 현 상황이 이와 같다면, 수사적 민주주의는 모순적인 요소들[이 서로 뒤엉켜 있는 상황]을 은폐할 수 있을 것이다.

 

 p341 11장 : 전도된 전체주의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후마니타스. 9월2일 나옴. 서평단 참가.

엄청난 두께. 본문 442페이지 찾아보기 포함 503페이지 그러나 잘 읽힌다. 

 

키워드는 [관리되는 민주주의와 전도된 전체주의의 유령]

 

하루에 제목을 세 번만 말해도 가슴이 덜 답답할 듯.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을...





작성 : 201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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