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채볶음, 무말랭이, 두부조림, 그리고 겨울만두를 했다. 그리고 우울해서 를 읽었다. 세수를 하고 와도 여전히 가시지 않는 우울. 세상에 블로거들이 없었더라면, 아니 인터넷이 없었더라면 나는 대체 어떻게 요리를 했을까 겨웠던 감탄과 다행은 온데간데 없었다. 겨울만두는 분명히 생김새는 같았다. 만두피를 잘 굽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굽고 나니 너무 딱딱하고 질겨서 제대로 씹히지가 않았다. 두 개 이상 먹는 것은 무리였다. 무말랭이는 분명히 10분을 불리라고 했는데 무를 덜 불려서 무의 쌉쌀한 맛이 턱에 엉겨 씹히지가 않았고 오징어채볶음은 (부드럽게 하려면 마요네즈를 넣어주세요^^) 마요네즈를 너무 많이 넣었는지 부드럽기는 한껏 축축해서 축축 늘어진 모양이 되었다. 가위로 좀 잘라서 할걸 하나를 들면 한뼘 ..
두 통의 전화를 받았고, 두 통의 전화를 했다. 두 통의 전화는 친절했지만 머리가 지끈거렸고 내 옆에 앉은 사람은 내 원함과 상관없이 자꾸 바뀌어갔다. 다리가 길고 야윈 거미가 느릿느릿 움직였다 다리가 길고 야윈 거미의 삶은 다리가 길고 야윈 거미,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겨울 나무 꼭대기에 검은 비닐봉지 그 나무 중간께에 흰 봉지가 서로 다르게 부풀어 가는 걸 쳐다보았다. 막아놓은 길은 인도를 부수고 도로보다 한참 낮은 흙길을 걸었다. 멀리서 도로와 도로사이 오래 서있던 나무가 차례로 눕고 있었다. 오래된 장면 : 나무는 쓰러지며 풍경을 치웠다 둥그렇게 말린 뿌리가 말라 있었고 건조한 손을 몇 번 비비며 길을 건넜다 다시 잠들라는 듯 쌀쌀한 경칩. 직업 : 란에 '사람'을 지우고 '사람을 삶'이라고 썼다...
오랜 세월 나의 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목숨 같은 나의 기타를 헐값에 팔아버렸지 미안해 멤버들아 나는 더 이상 인디밴드를 하지 않을 거야 함께 울며 웃으며 연주한 추억을 가슴속에 남길께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쓸데없는 개멋에 취해 미련하게 청춘을 소모하고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네 이런 비호감적인 음악을 해봤자 더 이상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늦지 않았어 그 기타를 팔아버리고 옷 한 벌을 더 사 노래방에 연습한 알앤비를 그녀에게 들려줘 베이베 다시는 홍대 앞에서 기타 메고 폼 잡지 않을거야 함께 불러 알앤비 리듬 앤 블루스 랩: 아직도 홍대 앞 지하실 구석에서 피땀 흘려 연습하고 있을 (리듬앤블루스) 이시대의 인디 밴드 여러분께 이 노래를 바칩니다 (리듬앤블루스) 세이 알앤비 (알..
매실을 세 잔째 타셔 마셨다. 속이 편해지는 기분. 꿀떡꿀떡 마시면서 몇 가지 사실을 정리한다. 바깥의 바람을 듣기만 해도 하루가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아침이 지나고 한 자리에 앉아서 두 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해가 어두워 진다. 두꺼운 노트에 끄적이고 있으면 내가 몰랐던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는 사실에 새벽이 밝고 일어나고 누웠던 자리가 계속 모양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하루가 놀란다. 연말 선물로 산 냄비 사종세트는 요리하는 것을 더욱 즐겁게 해주었다. 전골냄비는 김치찌개도 된장찌개도 폼나게 끓여준다. 두부가 동그랗게 가운데를 비우고 가장자리로 밀려나가며 스스로를 정리하는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장관이다. 텅 빈 가운데에 파를 썰어 넣으면 더욱 예쁘다. 이참에 후라이팬도 바꾸었는데 어찌나 ..
시, 모퉁이 2014.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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