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생일대의 상상-이현승

_봄밤 2016. 9. 16. 23:55



일생일대의 상상




이현승





 가령 이런 상상,

 내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돼지 사료가 되고

 돼지들이 내 쓰레기 속의 유리 조각을 삼키는.


 가령 이런 말,

 나는 인생에는 관심이 없지만 돈은 좀 많았으면 좋겠다

같은.


 선망이란 언제나 현실의 반대편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라서 

 욕망이란 가질 수 없는 것을 향해 자라나는 손가락이라서

 밤마다 이가 자라는 쥐처럼

 손끝이 가렵다. 

 가려워서 부끄럽다.


 세상엔 죄 안 지은 자들이 더 많이 회개하고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기부하고

 상처 많은 사람들이 남의 고통에 더 아파한다. 


 두개 남은 사과 조각을 향해 모여든

 세개의 손처럼 생각이 많아진다. 





이현승, 『생활이라는 생각』, p.60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염-정한아  (0) 2018.07.16
풍경의 깊이-김사인  (1) 2016.11.01
먼 곳-문태준  (0) 2016.08.25
호우주의보-박준  (0) 2016.08.15
포이톨로기-김병호  (0) 2016.07.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