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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문태준

_봄밤 2016. 8. 25. 18:09

먼 곳





문태준




 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

 나는 이별의 말을 한움큼, 한움큼, 호흡한다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새로 돋은 첫 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뺨과 눈

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대기는 살얼음판 같은 가슴을 세워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

 나목은 다 벗고 다 벗고 바위는 돌 그림자의 먹빛을 거느

리고

 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

한곳에 앉아 있다

 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

 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은 생겨난다

 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






문태준, 『먼 곳』, 창비시선 343. 








이 슬픔을 우리말로 읽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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