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기

주말

_봄밤 2016. 3. 27. 17:13






1.

이렇게 긴 손가락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주 사라지는 손등과 무너져 

내리는 얼굴과. 

이 시간을 보느라 눈에 멍이들 착한 애인과.



2.

처음에는 사랑했으나 지리멸렬한 사이가 된 연인이 있는데, 헤어지고 나서 사랑했던 여자의 기억이 고통스러운 사람이 있다. 그는 그 기억을 지우려고 애쓴다. 그런데 기억이라는게 가장 최근의 것부터 사라져, 마침내는 그녀를 가장 사랑하기만 했던 때에 닿는다. 그는 그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견딜 수 없다. 남자는 자신의 다른 기억으로 숨는다.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과 만난 뒤 자살한다. 남자는 그녀와의 행복을 위해 과거를 살짝 바꾸게 되지만 바꾼 과거는 완벽하게 흐르지 않는다. 어딘가의 불행은 주변으로 번진다. 그렇게 과거를 바꾸다가 결국, 남자는 그녀를 처음 만났던 순간으로 돌아가 '나를 아는 척 하지 말라'고 전한다. 시간이 흘러 남자와 여자는 알지 못한 채 서로의 삶을 살게 된다. 

 

-이터널 션샤인, 나비효과



3.

모든 연애를 축하해. 나를 알 수 있는 기회를 맞았으니. 나라는 사람, 내가 생각하는 나는 온전하게만 보이고 온전하게 보이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던 '나' 의외의 순간을 가장 발견하기 좋은 것은 연인 사이인 것이지. 그건 친구들과, 직장에서는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그걸 바닥이라고 예 들었는데, 바닥은 어쨌든 나쁜 의미가 먼저 감지되므로 집에 와서 내내 다시 생각했다. 내가 몰랐던 나를 확인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괜찮은 나'일 수도 있다.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평생을 견디며 알아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숙제라기엔 누가 검사하는 것도 아니지만 누가 검사할 이유도 없는 숙제라는 건 좀 슬프지. 이 세상에서 꼭 하나 알아야 할 것은 '나', 자신일지도 몰라. 그리고 내가 아니라면 '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겠지. 



4. 

그러므로 사랑에 몸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하니. 만짐의 시간. 너의 이름과 너의 목소리는 동안에도 흩어지지만 내가 만지는 동안 너는 공간에서 '너'를 이루고 '너'를 드러낸다. '몸으로.' 



5.

타버린 듯한 피부에 물을 준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사진  (0) 2016.06.12
일요일  (0) 2016.05.22
주말  (0) 2016.01.31
눈을 감고 기도하는 새벽을  (0) 2016.01.22
신영복 선생님  (0) 2016.01.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