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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일째-이응준

_봄밤 2014. 1. 21. 22:33



칠 일째




이응준



카프카는 체코어로 까마귀라는 뜻이다.

나는 열여덟에

그런 이름을 가지고 싶었다.


타클라마칸은 위구르어로 

한 번 들어가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나는 서른이 되던 날 밤

차라리 그런 이름이었으면 했다.


바이러스는 라틴어로 독(毒)이라는 뜻이다.

나는 요즘 그런 이름으로 지낸다.


납인형 같은 생(生)이 경(經)을 덮고

칠 일째 아무 말도 않고 있다.


이 세계를 소독할 유황불을 기다리고 있다.




이응준, 『낙타와의 장거리 경주』, 세계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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