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995년, 개인적인 봄-김소연

_봄밤 2014. 7. 23. 00:36



1995년, 개인적인 봄





소연






세상에 대해 나는 당신들의 바깥에 있다.

개천가를 둘러싼

황색의 개나리들처럼. 또한 헐렁한 반지처럼

에워싸며. 살찌지 말거라, 중심이여.


오늘도 나는 외곽을 맴돌며

적적하였다. 초가楚歌도 흥얼거렸으므로.

당신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아주 작게 불렀다.


변두리 시장에서

아기 거북이 아기 거북을 업고 가는 것을

봤다. 업힌 거북도

반쯤은 걸어야 했다.

펄펄 뛰는 미꾸라지들. 가장 큰 놈 한 마리는

죽었다. 늘씬하게 뻗어 아무렇게나 출렁이는,

그의

힘없는 전신全身. 작은 놈들이 마구마구 넘나든다.

좋은 풍경이다.


풀들은 다 같이 피어야 한다고

선동하지 않았다. 저 혼자

황폐한 이 대지에 여린 주먹을 짚고 힘껏

제 무릎을 편다. 각자가 그렇게

핀 것이다. 무더기무더기,


그런 봄나물을 사기 위해

좌판 앞에 머물렀다가

반지를 잃어버렸다. 그런 후에야

필요 이상으로 내가 야위어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래도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아직 당신들 안쪽에

있기로 했다. 가장 여린 배춧잎과 같아서 최후에야

식탁에 오르도록.







노작문학상 제10회 수상작품집_김소연_다행한 일들, 동학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바논 감정-최정례  (0) 2014.08.10
열한시 반_최호일  (0) 2014.08.09
8時가 없어진다면-김행숙  (0) 2014.07.04
물감이 마르지 않는 날-신해욱  (0) 2014.07.01
둘에 하나는 제발이라고 말하지-황병승  (0) 2014.06.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