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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에 하나는 제발이라고 말하지




황병승





 천장에 붙은 파리는 떨어지지도 않아 게다가 걷기까지 하

네 너에게 할 말이 있어 바닷가에 갔지 맨 처음 우리가 흔들

렸던 곳


 너는 없고 안녕 인사도 건네기 싫은 한 남자가 해변에 누워

딱딱 껌을 씹고 있네 너를 보러 갔다가 결국 울렁거리는 네

턱뼈만 보고 왔지


 수족관 벽에 머리를 박아대는 갑오징어들 아프지도 않나 봐

유리에 비치는 물결무늬가 자꾸만 갑오징어를 흔들어놓아서


 흑색에 탄력이 붙으면 백색을 압도하지만 이제 우리가 꾸며

대는 흑색은 반대편이고 왼손잡이의 오른손처럼 둔해


 파리처럼 아무 데나 들러붙는 재주도 갑오징어의 탄력도 없

으니 백색이 흑색을 잔뜩 먹고 백색이 모자라 밤새 우는 날들


 매일매일의 악몽이 포도알을 까듯 우리의 머리를 발라놓을

때쯤 이마 위의 하늘은 활활 타고 우리는 더 이상 견딜 수 없

는 검은 해변으로 달려가


 반짝, 달빛에 부러지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서로에게 핫, 댄

스를 청하지 누가 먼절까


둘에 하나는 제발이라고 말하지






황병승, 『여장남자 시코쿠』, 문학과지성사, 2012. 









 흑색에 탄력이 붙으면 백색을 압도하지만 이제 우리가 꾸며 

대는 흑색은 반대편이고 왼손잡이의 오른손처럼 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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