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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이 마르지 않는 날-신해욱

_봄밤 2014. 7. 1. 02:18


물감이 마르지 않는 날



신해욱




그날 나는 물 같은 시선과 약속을 했다


가운뎃손가락에 물을 묻혀

원을 그리고

붓을 빨아 햇볕에 말렸다.


나의 약속은 마르지 않는다.


  *


물이 아니라면 내 영혼은 외로움에 젖겠지.


나는 피가 무거웠고

눈이 나빴다.


지워지지 않는 종이와

투명한 믿음이 필요했다.


그날이 내게는 그랬다.






신해욱, 『생물성』, 문학과지성사, 20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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