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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질 틀뢰즈/이찬웅/문학과 지성사





옮긴이의 말


스피노자의 철학이 햇빛으로 가득한 한낮의 이미지를 갖는다면, 라이프니츠의 철학은 별빛으로 반짝이는 밤하늘의 이미지를 갖는다. 라이프니츠의 우주 안에는 무한히 많은 점들의 빛과 노래로 가득하다. 점들이 내포된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빛나고 노래한다. 다시 말해, 형이상학적인 점들 또는 모나드들이 자기 자신을 펼치는 것은, 그것이 균형 상태의 무엇이 아니라 성장하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라이프니츠의 철학은 '일그러진 진주', 즉 바로크와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 253


우주는 무한히 다양한 곡률을 가진 곡선과 같고, 세계는 무한히 많은 사건의 유성(流星)들이 쏟아져내리는 밤하늘과 같다. 어두운 공간을 가로지르며 사건은 어디로 떨어지는가? 사건들은 주름 잡힌 곡선의 내부, 오목한 습곡을 찾아 추락한다. 그 자리, 장소는 외부가 연장된 내면이며, 구성하는 내면이 아니라 구성된 내면이다. 라이프니츠는 모든 사건이 이미 모나드에 함축되어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문제는 모나드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모나드 또는 영혼은 앞서 주름 잡힌 곡선의 내부, 구성된 내면에 위치하는 형이상학적인 점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들뢰즈 특유의 독해에 힘입어 보게 될 것이다. 또한 라이프니츠는 사건들이 모나드 안에 함축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말했던 것은 충족 이유율에 입각한 그의 고유한 방식이었지만, 우리는 들되즈와 함께, 이유의 무한한 연쇄의 끝이 어두운 밤하늘 또는 심연 속으로 사라진다는 점을 보게 될 것이다. 256





<옮긴이의 말>을 여러 번 읽어본다. 이것은 길을 따라와준 이들에게 잘 왔느냐고 묻는, 책 말미에 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안부이며 길을 안내해준 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고마움의 인사. 낯설 곳으로 떠날 때 길잡이를 보고 여행을 고민하는 것은 현명한 여행자의 자세다. 간혹 옮긴이의 말이 없는 무모한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저자를 어지간히 좋아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대개는 그의 말을 읽어보며 믿을만 한지 아닌지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이라니,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먼저 길잡이를 찾아 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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