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 조감도가 다른 시간, 상견니의 시간을 이해하는 태도

 

타임슬립은, 하루의 시간을 뛰어넘더라도 시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유치해질 수도, 무한해질 수도 있다. 

 

상겨니는 시대를 달리하거나 우주의 시간을 가져오지 않도고 장구한 시간을 보여준다.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면 시간은 어떤 모양으로 되어 있을까? 무한궤도처럼 시간이 생겼다면 이 안에서 이들이 만날 수 있는 조건을 구획하고 뼈대를 세우는 시간에 대한 조감도는 우리가 봐왔던 모든 타임슬립물을 뛰어 넘는다. 1~4회차를 포기하더라도, 이 모든 것을 보고 마주했을 때의 감동이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타임슬립물은 상견니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이 시간상에서 상견니에서 동일한 배우가 전혀 다른 역할을 연기하면서 이 궤도를 탈 때, 그 복잡함은 깊이를 더한다. 같은 배우가 전혀 다른 역할을 2개, 3개를 수행하면서 일어나는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인생들. 우리가 닮고 싶어했던 사람들의 희비. 우연히 만났던 찰나의 순간이 장구한 타임라인에서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았던 기회였음을 나중에 알아차릴 때의 슬픔, 그리고 같은 배우가 전혀 다른 사람을 연기하며 마주할 때, 그건 우리가 그토록 바래왔던 투 샷이지만 그들이 연인이 아닐 때의 고통까지.

 

게다가 20세기와 21세기를 걸쳐있으면서 우리가 느끼는 비슷하면서도 분명히 다른 시대의 변화, 인간의 변화를 잘 구현해 냈다. 아시아권이라고 해도 대만 드라마에 한국 팬들이 상친놈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인생과 닮았다. 내가 놓쳤던 사소한 만남들. 그리고 그 사소함에서 시작된 당신 주위의 소중한 사람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삶을, 다시 감각하게 만드는 드라마.

 

2. 하오

 

'하오'가 만들어내는 높낮이, 입모양, 표정, 눈빛, 손 모양. 모든 것이 좋았다.

 

하오, 를 좋아, 나 그래, 라는 대답으로 이해할 때, 우리말의 그래, 혹은 응, 혹은 좋아 라는 말과 좀 다른 느낌을 받았다. 대화를 종결하면서도 그건 노래 같고, 희망찬 눈이 보이는 것 같고, 곧 어떤 미래를 가져올 것 도 같고. 

 

이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던 말일 것이다. 수 많은 하늘과 해를 보내고 밤을 지낸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대답. 상대를 안심시키며 동시에 믿음을 주는 말들. 어떤 약속. 이 말이 저 멀리에서 도착해서, 이 젊은 배우들을 통해 전해지는 '하오'라는 음가와 뜻이, 그게 만들어내는 모든 제스처가 좋았다. 조금도 가늠할 수 없는 대륙의 시간과 함께 했을 말들. 이 말이 서로를 지탱했을 사람들과, 그들의 역사가, 여기 젊은이들에게로 이어지는 것 같아서. 

 

3. 대만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서 화면을 채우는 논들(논이 아니라면 그와 비슷한 파란 작물들) 혹은 바닷가, 그리고 모쥔제 할머니가 운영하는 빙수집은 대만 로컬 자체같다. 그 단순한 빙수를 세상 맛있게 그려놓았는지. 어떻게 보면 참 가난한데, 그 가난이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가보고 싶은 곳으로 보여주었다. 거기서 살아 움직이는 배우의 힘일까? 교복의 흰 와이셔츠와 잘생긴 얼굴과 키는 참 현대의 인간이 사랑할 것 같은 얼굴이면서 저 빙수집과, 나란히 앉아 맥주를 먹던 다 쓰러져가는 가게가 지독하게 잘 어울렸다. 서로에게 화가 났을 때 분이 풀릴 때까지 맥주를 마신다는 룰도 무슨 무협지에서나 나올 것 같은 스토리였다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