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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5주차

 

 

1. 받지 못한 공 생각하기

 

저번 주 코트에서 저는 오른쪽 후위에 있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센터2 인듯 합니다. 세터는 당연히 할 수 없고(아직 오버를 못함) 스파이크는 한 번도 때려본 적이(레프트) 없고 블로킹을 해야하는 센터도 불가하고(...), 그렇다고 리시브를 잘하지도 못해서 중앙 후위를 맡을 수도 없어서 가게 된 겁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공이 많이 오는 자리라 서브 리시브를 하거나, 공격 후 첫 번째로 떨어지는 공을 받아야 했습니다.

 

어떤 공은 아웃선을 따라서 아슬아슬하게 들어왔습니다. 뒤돌아 본 바로 그곳에, 바닥을 찍고 떠오르는 공. 내 다리가 출발도 하기 전에 말입니다. 그건 정말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그래서 그곳이 제가 있던 팀의 구멍이기도 했습니다. 그 공이 가끔 느린 화면으로 지나갑니다. 어디서부터 놓친걸까?

 

2. 마이 외치기

'누가 공을 받을 것인가' 마이를 외치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다음 위치로 가서 공격을 준비하거든요. 저는 생각보다 마이를 잘 외치는 사람이었습니다. 외치지 않으면 제가 받을수 있을지 없을지 다른 팀원이 모르게 되니까요. 자신의 자리를 버리고 와서 공을 받아야 할지 모르니까요. 판단을 줄여주는 말입니다. 이건 나를 알아야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 공은 제가 처리할게요! 일단 받아서 띄우면 세터가 알아서 레프트에게 줍니다. 물론 세터에게 연결해주면 가장 좋지만 아직 거기까진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마이! 저는 제가 받아야만 하는 공을 알긴 알았습니다.

 

3. 배구에서 중요한 건 목소리

경기중에 아주 중요한 것은 물론 공을 받는 일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 나이스나 찬스볼을 외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입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나이스! 뭐가 어려울까요? 굉장히 어렵습니다. 나이스, 라는 건 뭘까 방금 했던 공격이나 수비에 대한 평가가 들어가는 말 같습니다. 이 팀에서 저보다 못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이 말을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나이스했어요! 속으로 외칩니다... 찬스볼 또한 공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찬스볼인지 어쩐지 알 수가 없습니다.. 찬스볼! 이라고 외쳤는데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박수를 칩니다. 박수가 가장 쉽습니다. 그러나 코트 안에서 청충이 되겠다는 건가요 일원이 되려면 역시 목소리입니다. 배구는 목소리가 정말 중요한 운동입니다. 

 

4. 난이도 3 손 마주하기

더 어려운 일은 바로 팀원에게 다가가 손바닥을 가볍게 치는 일입니다. 이것은 정말로 어렵습니다. 일단 다가가는 것도 어렵습니다. 아직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잘해서든, 아깝게 놓쳤거나 모두 같은 제스쳐 입니다만 어렵긴 매한가지 입니다. 오직 같은 팀만이 같은 팀원을 응원할 수 있습니다. 손을 먼저 내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매주 느끼고 있습니다. 먼저 손을 내민다는 것. 그 사람이 받아주어야만 가능한 일이라 언제나 거절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행위입니다. 마음과 행동이 함께 간다니! 지금 나이스도 못하고 있는데!

 

물론 이를 주저하는 것 중에 하나는 이 코드내에서 배구를 가장 못한다는 것이 큽니다. 제 응원이 도움이 될지... 라는 조구만 마음이 그저 주변에서 서성이게 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제가 뭐라도 하면 여기까지 와서 나이스를 외쳐주거나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구르거나 넘어지는 일이 많더라고요. 그럴 때에도 역시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1점을 잃었는데도 나이스 수비라고 외치는 겁니다. 저도 얼른 자연스럽게 다가가 숨쉬는 것처럼 손을 내밀고 귓가에 울리는 나이스를 외치고 싶습니다.

 

5. 아직 이름도 모르지만

그게 엄청나게 힘이 됩니다. 배구는 팀이 함께 하는 운동이지만 공을 받는 건 한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을 받거나 토스하거나, 공격을 하는 순간은 오로지 그 한 사람의 차지예요. 우연히 떨어졌건 혹은 타깃되어서 내 앞으로 날아오든 이 앞의 공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제가 처리해야 합니다. 날아오고 있거든요! 동료가 커버해줄 수 있는 순간은 제가 어떻게든 쳐낸 이후부터 입니다. 그 순간에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코트에 선 사람들 뿐입니다. 마스크를 내내 써서 아직 얼굴도 익숙하지 않고, 나이도 10년 단위로 가늠밖에 할 수 없고, 이름은 더더욱 요원한 사람들에게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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