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후의 글

3월 말에서 4월

_봄밤 2021. 4. 14. 22:41

1. 배구를 시작했다

 

작년 9월부터 배구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알아보다가 올해 4월 드디어 시작하게 되었다. 마포구에서 하는 생활배구! 이제 배구 2주차이다. 일요일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씩 한다. 생활배구를 하러 온 남녀노소는 말없이 그야말로 배구만 한다. 코트 밖에서 연습하고 코트 안에서 연습경기를 하는 모든 것이 새롭고 재미있다. 공을 받느라 손목이 부서질 것 같고 온 몸이 처음 겪는 고통에 아프다. 배구를 했을 뿐인데 엉덩이가 아프고 등 근육이 너무 아프다. 팔과 종아리, 허벅지가 당기는 것은 기본. 심한 날은 열도 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3일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언젠가 3시간의 운동이 가뿐해지고 유니폼도 맞추고, 등번호를 안고 게임에 참여하는 날을 상상해본다. 코트 안에 선다면, 그 자리가 아무리 끄트머리라고 할지라도 언젠가는 네트 앞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에 주저하지 않고 뛰어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2. 난생 처음 발레

 

발레를 보았다. 처음이거나, 두 번째였을텐데 처음이 생각나지 않는걸 보니 처음이라고 해도 좋겠다. 예술의 전당도 너무나 오랜만이다. 여긴 이국적인 정서가 있다. 친구의 초대로 아주 좋은 자리에서 발레를 보게 되었다. 단 1주일만 진행하는 라인업이었다. 국립예술발레단의 해적 공연. 굉장히 많은 무용수들의 한 평생이 사뿐하게 이 자리에서 뛰어 오르고 착지했다. 그건 정말로 아주 긴 시간이었고, 무거웠다. 이렇게 딱딱한 바닥을 가볍게 서고 뛰고 돌기 위해 썼을 시간과 노력과 인내를 생각하니 아득했다. 그들의 옷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 질감의 고급스러움이 좌석에까지 전해졌다. 장화마저도 아름다웠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공연이 두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발레를 하기 위해, 이 무대에 서기 위해 인생의 일부를 노력했지만 서지 못한 사람들의 시간도 합해야 했다. 마임으로 진행되는 극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대략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들어가, 아름다움만을 취하는 무대를 정면으로 앉아서 바라보다니 송구했다. 내가 했던 일들 다섯 손가락에 꼽힐 사치스러운 일 중 하나였다. 이런 사치가 세상에 또 있을까. 다음 프로그램을 예매했다.  

 

3. 아이돌 #샤이니

 

아침에 일어나는 게 행복하다. 이런 것이 사랑일까. 출근 시간이 괴롭지 않고, 웃음이 난다. 날씨가 이렇게 좋고, 샤이니 영상은 넘쳐난다. 들어야 할 노래가 끝이 없다. 한 무대를 최소 5번을 돌려봐야 한다. 전체 무대를 한 번 보고, 멤버별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몸과 춤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한다. 같은 춤에 다른 매력이 어째서 생기는지 곰곰한다. 평생 아이돌의 근처에도 가지 않은 내가 이럴 줄이야. 이런 마음은 사카이 마사토 이후 처음이었다. 편지를 보내고 싶은 연예인이 생겼다.

 

아이돌은 배우와 다르다. 배역이나 역할이 아니라 연기하는 것이 언제나 그 '자신'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을 피하거나 빠져나올 수 없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안쓰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건 신의 인생을 슬퍼하는, 제 앞의 비루함을 모르는 인간과 비슷하다. 그러나 아이돌에게도 가족이 있으며, 다치고 사랑을 한다. 이것을 숨길 수 없다는 점이 그들을 사랑하게 한다. 영원한 젊음이 없듯이, 그들에게도 언젠가 아이돌 이후의 삶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그 아찔한 간격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젊은 시절을 모두 던져 아이돌이라는 역할을 수행해내려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것은 그들이 이룬 부와 명예와 상관없이, 신을 가장한 어쩔 수 없는 인간임을 이해하는 데서 오는 마음이다. 그들은 욕망을 일으켜야하고, 다수에게 일으켜진 욕망으로 자신과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의 삶을 지탱한다. 자신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보다 분명히 더 한 사랑으로 살아지는 삶이, 행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행복을 목까지 끌어올려 덮고 자보려고 할 것이다. 그 노력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머리칼에 지는 그림자까지 아름다워서, 이런 아름다움을 어떤 언어로 말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이 좋다. 당신의 내일을 당신이 모르고 내가 모른다는 것만이 우리의 공통점이다. 세상에 샤이니라니. 30대 중반에 샤이니를 좋아하다니.

 

우선 SM주식을 살 것이다. 지분 일부를 가진 후, 아이돌과,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서 장문의 글을 써야할 것이다. 

 

4.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기

 

당신이 소중하다고 말하기. 예의와 다정의 힘을 키우기. 배구공을 받으며 그런 생각을 한다. 몸을 움직이면 사소한 일들이 감사하다. 팔과 다리가 움직여서 공을 받을 수 있다. 눈이 있어서, 숨을 쉴 수 있어서, 내가 살아있어서. 감사함을 알려주는 운동이 너무나 좋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