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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회-이영주

_봄밤 2014. 5. 23. 22:31


신년회


 

이영주


 우리 중국 절벽에 가서 뛰어내리기 내기를 할까 우

리가 알고 있는 것은 길을 잃었다는 것뿐 태어난 곳

도 사라진 곳도 인간의 문자로는 남길 수 없겠지 강

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한번 부른 노래를 모두가 

부를 때까지 계속될 거야 바람이 오는 길목에선 손을

잃은 석공들이 가슴으로 벽을 쌓아 올리고 있다고 우

리 그 벽에 올라가서 무너뜨리기 내기를 할까 어느

석공이 가장 아름다운 손을 가졌는지 뾰족한 곳에서

부드러운 곳으로 떨어지기 전에 우리는 중국에 가자 

얼음이 오는 길목에선 눈을 잃은 석공들이 서로의 혀

를 핥으며 잠을 쌓아 올리고 있어 발톱이 빠지지 윗

도리가 젖지 음악을 따라 들어가면 길을 버리게 돼

어떤 눈을 하고 있을까 절벽에서 손을 놓을까 말까

아무도 따라 부르지 않아도 노래를 부를 거야 석공은

묵묵히 길목마다 서서 우리를 켜켜이 쌓아 올리고 있

네 중국에 가면 자기 시신(屍身)을 볼 수 있는 절벽이 

있을까 가장 낮은 곳에서 물에 흠뻑 젖어 갈퀴가 돋

아나는 유모들 너무 숱이 많은 너의 검은 머리를 끌

어안고 중국에 가보자 지도에서 태어나고 사라진 머

리 중국 절벽 뚱뚱한 유모들 끝없는 추락 유모들에게

서 자라나고 싶어 어떤 잠을 가졌을까 걸쭉한 검은

젖을 흘려보내고 석공들은 아기처럼 울면서 노래를








이영주, 『차가운 사탕들』, 문학과지성사, 2014. 3








책상 모서리 사탕을 잠시 뱉어 놓고 밖으로 나갔던 어린 날들. 나를 지나갔던 말들. 나를 잊어버렸던 말들. 쏘다니던 햇빛들,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책상 모서리는 손바닥으로 둥글어지고. 차갑게 식어서 빛나는 말들. 차가운 사탕들, 맛을 잃고 하얗게 내려 앉은 기억들. 차가운, 사탕들. 내 따뜻한 혀 위에서 녹아 없어지던 말과 혀를 벗어나 형태를 지켜낸 말들. 그것을 다시 입 속에서 굴릴 때. 녹슨 쇠는 침과 함께 달아진다. 입을 천천히 벌려보렴. 나는 네게 줄 것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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