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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데스타운> 스포일러 있음. 보신 분만 보기!

별점: 별 2

 

 

 

1. 하데스타운을 보게 된 계기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 박강현 수상.

 

그리고 간지나는 오프닝 넘버. 이 오프닝 넘버의 변주로 뮤지컬이 진행된다. 

 

 

 

2. LG아트센터

시야 방해가 거의 없는 좌석. 1층의 뒤열이라도 중블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나는 6열에서 봄.

 

소극장 인원에 소극장 분위기. 그에 비해 굉장히 비싼 티켓.

오른쪽 구석에서 봐서 그런지 더욱더 작아보이는 무대, 모든 출연진이 한 무대에서 나와서 시작하고, 대부분의 장면에 모든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무대가 좁아 보인다. 더욱이 피아노를 포함한 밴드도 무대에 좌우측에 노출되어, 무대 운용이 좁다.  

 

3. 신화 오르페우스를 현대로 재해석한 것. 1930년 미국. 대공황을 배경으로 한다.

 

4. 아쉬운 점: 헤르메스가 꼭 필요했을까?

주인공의 이야기에 집중을 해볼까 싶을 때 헤르메스가 나타나 자신에게 극을 집중시킨다. 헤르메스의 웅장한 노래에 담기는 깃털 같은 스토리. 그가 넘버를 잘 소화하면 할수록 깃털은 날아가버린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는 주인공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머릿속을 들어갔다 나오는 세 마녀로 충분하다. 

 

5. 아쉬운 점: 놀라울 정도로 필요가 없는 페르세포네

세상이 이 따위가 된 것은 하데스(지옥의 신)의 비뚤어진 페르세포네(여름의 신)를 향한 사랑 때문이다.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와의 사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상을 비우는데, 지상을 비움으로써 생기는 세상의 황폐함에(계절이 사라짐) 그녀의 고뇌를 드러내는 넘버가 없다. 애초에 페르세포네에 크게 관심이 없는 극이다... 극중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옷(여름)과 지옥의 옷(겨울)로 옷과 헤어를 다 바꾸는 인물인데, 이런 극적인 상황을 극은 이용하지 못한다. 지상과 지옥에 있을 때 달라지는 그녀의 감정을 드러낼 넘버가 없다. 그래서 페르세포네는 그저 마시고 노는 인물로 밖에 기억되지 않는다. 극중에서 춤을 유도하는 유일한 인물이지만 좁아터진 극장에서 함께 볼만한 춤을 구사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6. 좋은 점: 양근모의 지옥같은 저음

양근모가 출연한 뮤지컬을 처음 봤다. 그의 저음이란 지옥같이 깊다. 내러티브가 있는 노래를 가장 많이 부른다. 그래서 실제로 극의 주인공이다. 지옥의 신을 자본주의의 화신으로 그려내 할 말도 많고, 해야할 말도 많다. 신화의 해석에서 가장 염두했을 인물이지만 그 때문에 주변 캐릭터가 어그러진다. 지옥이나 자본주의의 매력(?)도 있을텐데 그것을 어필하는 것은 애초에 포기하고 폭군처럼 힘으로만 제압하는 캐릭터로 나온다. 그게 어려움이 있었을텐데 꽤 매력적으로 가져간다.

 

하데스가 자본주의의 화신이라면 그가 사랑하는 페르세포네는 무엇으로 재해석해야 했을까? 시간? 그러나 게으르게도 그냥 '아내'로 나온다. 나중에가면 자본주의 화신을 잊고 서로 사랑했던 시절을 잊어버린 중년 부부로 나오는 둥 오락가락함. 

 

7. 좋은 점: 운명의 여신의 활약

운명의 세 여신은 이 뮤지컬에서 질과 양에서 유일하게 극찬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녀들의 내러티브는 적재적소에 있다. 그게 한낱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라고 할지라도 모든 갈등을 더 확대하고, 고뇌하게 만든다. 연기와 노래와 춤은 극에 활기를 띄우며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8. 아쉬운 점: 매력을 드러내기 어려운 앙상블

앙상블은 일단 극장이 커야 활약이 돋보이는 것 같다. 좁아터진 무대에 늘 신과 인간이 함께 나오다보니 비좁았고, 그들만의 서사가 있는 넘버도 하나도 없다. 무대 장치를 수동으로 움직이는 데 주로 활약한 듯 해 아쉽다.

특히 책걸상을 무대에 놓았다 치웠다 할 때는 속이 다 터짐(하나도 예쁘지 않다) 노동할 때 유일하게 맞추는 춤이 있지만 최근 스우파를 봐서 군무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까닭인지 하나도 맞지 않는 동작이 별로였다. 그게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보기에는 아니었다. 

 

9. 뮤지컬의 구멍을 채우는 오르페우스의 노래

오르페우스의 노래는 <하데스타운>의 거의 모든 것이다. 그의 노래는 이야기의 공백을 채운다. 오르페우스의 사랑과 의도와, 눈물은 이해할 수 없지만 노래만큼은 최고다. 하지만 이 단순한 줄거리에서 오르페우스도 할 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노래 대부분이 허밍(라랄라라라)으로 채워진다는 점이 아쉽다.... 만약에 허밍이 별로라면? 정말이지 이 뮤지컬은 처참할 것이다.

 

10. 이야기의 부실함, 헤르메스-오르페우스-하데스 밸런스의 실패

서사는 하데스가 갖고 있지만 주인공이 아니며, 텅빈 강정같은 이야기를 애지중지 이고 다니는 오르페우스에게는 노래의 아름다움만 있고, 헤르메스는 매력있는 관찰자인데 관찰자의 매력이 넘쳐 가끔 극의 주인공 자릴 뺏고 극을 분산시킨다. 

 

11. 감동적인 부분

끝나기 5분 전이 가장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고통스러운 150분이 존재한다.

 

 

>재연하게 된다면

 

헤르메스 분량 축소

페르세포네의 넘버 주기, 서사 부여

하데스에게 유머 주기

앙상블을 주연과 분리해서 무대를 자유롭고 넓게 쓰게 하기(앙상블에게도 노래를)

오르페우스에게 가사 있는 노래 주기(제발)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시라노>가 생각났지만 그래도 <시라노>는 기억할만한 넘버와 대극장의 아름다움이 있다. 자본가/노동자등의 대립과 앙상블등의 운용에서 뮤지컬 <마리 퀴리>가 생각났지만 거의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마리 퀴리>가 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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