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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4월부터 나갔으니 3개월하고도 반정도 배구를 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3시간을요. 한 시간 반은 연습을 하고, 한 시간 반은 경기를 합니다. 이곳에는 칭찬이 9할입니다. 잘한다 잘한다 해야 계속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인지 대게는 칭찬이고, 가끔 단점을 지적해줍니다. 하지만 몸으로 안되는 걸 말로 알려준다고 바로 고쳐지지는 않지만 일단 인식하게는 되겠지요.

 

연습할 때 공은, 대충 거리가 정해져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은 제가 받아야 연습이 되기 때문에 누군가가 대신 받는 일은 없지요. 그리고 곧잘 받습니다. 어려울 일이 없으니까요. 그 공은 훼이크도 없고 그냥 제 손목 위로 떨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경기는 좀 다릅니다. 단지 선으로 금그어진 코트 안에 있을 뿐인데 긴장감도 있고요, 저 공이 깊게 베듯이 올지 앞으로 동그랗고 느리게 떨어질지 모릅니다.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예측해도 몸이 느리면 소용없고요. 이왕의 게임은 이겨야 하고, 저번 주의 배구를 생각하면 조금 괴롭습니다. 

 

경기를 하면 누가봐도 그 사람의 공이라는 게 있습니다. 다리를 벌린 만큼, 양 손을 펼친 만큼. 그것을 대충 지름으로 해서 들어오는 공은 확실하게 그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게 그런 공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비를 잘하는 분이 그 공을 최소 다섯 번은 막아주었던 것 같습니다. 제 앞에 날라와 막아주고 있었습니다. 기분이 나빴어야 했지만 사실 안심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외쳐서, 제가 받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 그 분은 제 자리에 안왔을텐데, 그리고 잘 되든 말든 제가 그 공을 처리하면 되는 것이지요. 왜그랬을까.

 

그날 따라 경기가 굉장히 잘 풀려서,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이기고 있었습니다. 저는 1번 서브자였는데, 제가 첫 세트에서 연속으로 서브만 7번을 했습니다. 물론 서브를 잘해서 얻은 점수는 아니었고, 공격을 잘해서였지만 어쨌건 서브권이 제 손에서 7번이나 살았다는 건 좀 놀라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8번째 서브에서 실수를 하자, 팀 사람들은 경기가 재미없어질 뻔했다며 잘 끊어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런 세가 계속 되고 있는 와중에 오른쪽 블로킹에 자주 막히자, 상대편 선수는 훼이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블로킹하는 사람들의 머리위를 넘겨 바로 뒤로 떨어지도록. 뒤에는 제가 있었지만, 바로 뒤는 아니었고, 백업했다가 제 자리로 돌아가는 일이 불안정했습니다. 훼이크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데, 그 장단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디에 있어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저번 주에는 감독님이 이 선 위로 올라오면 안된다고 했거든요. 블로킹을 할 때 뒤에서 백업을 해야한다는 건 알지만 그건 제 구역을 넘어가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뒤에 있는데 공이 뒤로 올 경우 누가 받아야 할까요? 저는 제 앞에 떨어지는 공을 많이 놓쳤습니다. 참 느리고 받기 좋은 공을요.

 

마음을 괴롭힌 공은 또 있습니다. 스파이크 공격의 원터치 된 공을 제가 살렸으나, 그냥 공중으로 올린 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거기까지가 저의 일이라고 생각했겠지요. 마지막으로 공을 넘겨야 했는데 그 수비를 잘하는 분과 제 사이로 공이 떠 있었습니다. 거의 서브라인이라 저는 코트를 넘길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거기서도 제가 미루고 있었던 겁니다. 그 분께요. 공은 허망하게 둘 사이로 떨어졌습니다. 아니 쓰다보니까 제가 미룬게 아니었네요. 연속으로 한 사람이 공을 받을 수 없으니 그 분이 넘겨야 했습니다. 반성하고 있었는데 이건 안해도 되겠습니다. 

 

다음에는 제 공과, 제 자리에 좀더 확신을 갖고 움직이고 싶습니다. 몸을 굴려서 받기도 하던데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 알게 되겠죠. 받지 못한 공, 받으려고 하지 않은 공을 생각합니다. 눈이 좋은 사람들은 그 둘을 당연히 구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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