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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시선
<북한>으로 첫장을 여는 촘스키 새로운 책<촘스키, 만들어진 세계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는 그의 시선이 '세계적'이라는 사실이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2007년 기고 한 사설이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정권과 상관없이 미국의 '세계의 주인은 나'라는 태도를 지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칼럼은 그 시기를 통과했던 가장 중대한 현안에 대해서 일침을 놓는다. 그것을 책으로 엮었기 때문에 같은 주제가 지속되기도 한다. 세계 정세 중 특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주제는 아무리 이야기 되어도 모자람이 없다. 말해질 창구가 워낙에 좁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침몰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래서 이 와중에 한국에 대한 칼럼이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문제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북한에 대한 이야기와 강정 해군기지에 대한 칼럼이 그렇다.
북한을 보는 눈
북한에 대한 칼럼은 별다른 논지가 없다. 그저 미국과 북한의 외교사를 간략하게 설명하는 것이 전부다. 그것을 살피면서 나는 "해와 구름의 대결"을 떠올렸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은 구름의 추운 바람이 아니라 해의 따뜻한 빛이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미국이 북한의 핵을 그야말로 '벗겨내기' 위해서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압력을 넣는 일이 십년 전에 있었다. 그러자 북한의 반응은 옷을 더 껴입었던 나그네와 같았다. 유엔 감시단을 추방하고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한 것이다. 부시 정부는 이후 북한의 핵에 관련해 핵개발 프로그램의 포기와 감시단 입국을 혀용한다는 합의를 끌어냈지만, 합의의 전제가 실행되었더라면 굳이 어렵게 이끌어낼 이유도 없던 것이었다. 그 합의의 전제라는 것은 미국과 북한은 상대방의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관계 정상화를 위한 단계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18 미국이 생각하는 북한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의 아래에 편입되어야 할 대상일 뿐이다.
자신의 힘을 과신해 바람을 보냈던 구름은 나그네의 옷을 벗길 수 없었다.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은 상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데서 나온다. '세계의 주인은 나'라는 의식에 빠져있는 미국이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까. 그러나 촘스키라는 살아 있는 사람이 있는 한, 행동하는 미국의 시민이 있는 한 그 힘을 희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업, 민주주의를 인수하다
그런가 하면 가장 충격적인 칼럼 중 하나였던 "기업이 인수한 미국 민주주의"라는 장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할 것 같다. 읽으면서도 잘 이해가 안되는 법률이 있었는데, 더 이해가 안되었던 것은 그것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본문을 옮기자면 이렇다.
그날 미국 연방 대법원은 정부가 기업이 선거에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국내외적으로 정부 정책에 중대한 파장을 미칠 판결이었다. (...)<뉴욕타임즈>는 사설에서, 이번 판결이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활용해 선거판을 좌지우지하고 선출직 공무원들을 협바해 기업의 지시를 따르도록 하는 조건을 조성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고 말했다. 200
칼럼은 이와 함께 미국의 의료 개혁 프로그램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오바마는 의료 개혁 프로그램을 공화당과 함께 진행했다. 공화당과 손을 잡고 진행하는 "개혁" 프로그램이라, 이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시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연방 정부가 운영하는 공보험과 메디 케어 가입연령을 낮추자는 안에 과반수 이상이 찬성했지만, 두 가지 개혁 모두 오바마에 의해 폐기되었던 것이다. 정부가 약값 협상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 개혁의 일부가 될 것임이 분명한데도, 오바마는 대형 제약회사들에게 약값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이것은 앞서서 설명한 대법원의 판결과 맥이 통한다. 공공의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기업의 이익을 정부가, 대통령이 우선 하는 상황에 도착한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원격진료를 시행하는 것을 "의료 민영화"와 마찬가지라며 반대하는 의사와 시민들의 목소리와 겹쳐진다. 정부는 민영화를 다른 이름으로 바꾸고는 괴담이라며 입을 막는다. 결국 정부는 민주주의를 기업에게 넘겨주고 그들의 의견을 목청 높여 전하는 하수인이자 파드너가 된 것이다. 우리가 민영화의 탈을 쓴 정책에 관심을 갖고 반대해야 할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그것은 무엇보다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삶과 막대한 돈, 고장난 저울은 가치를 재지 못한다.
작은 평화 없이 큰 평화도 없다
가장 마지막장에는 해군기지 건설로 위협받는 '세계 평화의 섬'에 대한 칼럼이 실려있다. 그는 제주 4.3사건부터 설명하면서 제주도의 역사성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어떤 피를 쏟아 얻어낸 평화인가. 미 군정 아래 있던 한국 정부의 학살을 짧지만 분명하게 기술했다. 한국의 작은 섬에 가해졌던 역사에서도 미국을 분명히 드러낼 것을 잊지 않는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그 움직임, 해군기지가 세워지려는 현재를 살핀다.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제주도의 평화를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필연적으로 중국이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길을 빌려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야 한다. 스스로가 전쟁터를 자처하는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이 때 '스스로'라는 주체와, '화를 입을' 주체가 교묘하게 분리된다는 것은 너무나 뻔한 사실이다. 강정을 반대하는 일은, 거창한 세계 평화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생태, 삶의 모습을 지키는 일에 무엇보다 의의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제주도에 사느냐 살지 않느냐와는 상관 없는 일이다.
아는 것을 알리는 일
몇 가지 칼럼을 기억하는 것이 외교와, 정치와, 군사 문제를 아는 것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불공평한 것이 있다면 정보의 단절일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시선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에 더 가깝다. 신문과 뉴스는 일년 365일 꺼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중에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촘스키의 시선이 소중하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을 깨어나게 하는 것은 이런 정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있는 능동적인 읽기와,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다. 행동이란 운동을 하거나 피켓을 드는 일이 아니다. 알고 있는 것을 알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책을 읽고 생각을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아직 책을 보지 못한 당신에게 이 서평이 작은 행동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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