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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오카 이츠코/나는 사회인으로 산다/궁리




나는 사회인으로 산다.

문장을 쪼개 보자. '나는', '사회인(으로)', '산다'. 이 문장을 한꺼번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들은 1.'사회인'이며 2. ''와 '산다'를 한꺼번에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에게 '사회인이 무엇인가' 물으면 대부분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 경제 활동을 하는 이들'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위의 문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이들은 1.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가 아닌 다른 자아라며 우긴다. '이건 내가 아니야라면서 ''라는 주어를 빼는게 어떻겠냐고 묻는다. 2. 한편으로 다른이들은 그래 내가 살고는 있는데 이게 사는 건가라는 물음으로 '산다'를 주저할 수도 있다. 그리고 미래의 사회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3. 그저 한 문장일 뿐인데도괜히 죄스러워지는 취준생들은 ''라는 말조차 시작하기 어려울 것 같다그렇다면 이 책은 누가 읽어야 할까흥분을 가라앉히고 표지를 보자정감가지 않는 제목과는 달리 온통 병아리빛이다검은색 크레파스로 쓰인 제목이다. '크레파스'는 아주 어릴 때 쓰던 것이 아닌가이 어린 색깔과 오래된 추억은 '사회인'을 어떻게 환기하고 싶은 것일까.

 

저자는 사회인을 '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 사회를 만들어가는 개인'으로 정의한다. '나이와는 관계없고또 노동자인지 아닌지도 관계가 없다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청년도정년퇴직한 고령자도 모두 사회인'21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그 모두를 '사회인'으로 부른다고 해도 노동자와 노동하지 않는 자를 같은 위치의 사회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차이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취업난이 가속되는 가운데 일을 하는 사람과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뉜다일을 하는 사람은 다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다'격차사회'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계급이라 부르지만 않을 뿐이지 삶의 질적 차이가 확연하다이 상황에서 어떻게 각 개인의 연대와 공존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일까. 불가능한 것 만 같다.


그러나 절망하기 전에 우선 이 상황에 도착한 까닭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무엇에 쫓긴다. 계속 쫓긴다! 누가 쫓는지도 모르는채 안전한 곳에 가기 위해 아둥바둥한다. 이것은 만들어진 사회의 요구에 맞춰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성공적인 '사회인'이 되기 위해서 '사회인'되기를 거부해야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내가 원하는 사회에서 살려면 만들어진 사회가 원하는 '사회인'되기를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닐까. 여기까지 이해할 수 있다면, 각 개인의 연대와 공존이 아주 꿈 같은 말은 아니란 것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움직임은 다양한 이름의 공동체나, 각 분야에서 만들어지는 협동조합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근본적인 대책은 저자의 말처럼 교육에 있다. 

  

교육을 통해 '사회인'의 자각을 가르치는 것이다이미 전 교과과정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과정이되었고, '좋은 대학은 곧 고소득 노동자를 배출할 수 있다'는 믿음이 만연하지만 앞으로의 교육은 사회가 원하는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인간을 키우는 곳이 될 것이다. 이야기가 빗나가는 것 같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일본인은 세 명 이상 모이면 '앞으로의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이것은 '가치'의 변화를 알려준다. 아이러니하게도 회복의 여지를 기대할 수 없는 인재로부터 인간의 회복 가능성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끝없는 경제성장이나 정규직으로서 안정된 삶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원전 사태로 일본인들은 그들의 삶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명의 위기가 만연한 곳에서 급선무는 더 나은 사회가 가능한지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행동하는 것이다우리와는 상황이 다른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한국에서 '○○ 사회'라는 진단이 범람하는 상황으로 대답한다. 이것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애쓰는 몸짓이다. 이때, '사회인이 되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 깃든 자연이 아닐까' 251.라는 저자의 말을 떠올린다.

 

마침내 책은 한 문장을 완성한다. '나는 사회인으로 산다'. 해체 되었던 말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나는 산다'는 것만을 긍정했던 이들은 '사회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계기가 될 것이다. 사회가 원하는 '사회인'이 되느라 '혹은 '산다'를 잊어버렸던 이들은 사회 속에서 내가 어떤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지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산다.' 라는 말에 마침표를 찍는다지금까지 '사회인'되기를 거부하고 혹은 사회가 원하는 '사회인'으로 살아왔던 당신이, 말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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