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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음 같은 시간

_봄밤 2016. 7. 6. 22:15





가지를 생각한다. 가지는 윤이 나고, 검고, 부드럽다. 그런데 그건 겉보기만 그렇고 실은 썩어서 겨우 매달려 있는 가지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가지의 윤기를 만져 보는데, 가지는 그때까지 간신히 지켜온 사선을 잃어버리고 떨어진다. 그런 가지를 생각한다. 여름의 복판에 외롭게 매달려 있는 가지. 썩기가 오래되었는데 왜 아직도 매달려 있는걸까. 아직 가지이기 때문이다. 


가지를 생각하는 이유는 실제로 가지가 묵직해 보이는 겉과 달리 속이 가벼운 텅빈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열이 빠지지 않는 몸과 닮았다. 간신히 있는 몸이고, 간신히 사람인 것 같은 몸이다. 조용히 앓고 싶다. 점점 더 주는 말, 점점 더 줄어드는 생각. 앓는 사람인데, 앓는 동안에도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미음 같은 시간은 두시도, 세시도, 네시도 모두 같은 농도로 흘러간다. 하루에 나는 두 시간 정도만 활기가 있다. 스물 네시간이나. 입가에 질질 흐른다. 너무 많다.


조금만 더 자고 싶다. 괜찮아 질거라는 희망 대신, 지금도 괜찮다는 생각에 들고 싶다. 힘을 내고 싶지 않은게 아니라 힘을 낼 수가 없다. 이런 이야기에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 없이 베개를 갖다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