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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담배도 안피우는데

_봄밤 2015. 8. 5. 01:10




내가 이러고 있는 건, 

남의 말이 지겹기 때문이다.





길을 걷고 있었다. 증권가였다. 와이셔츠와 담배가 그늘마다 자리를 차지 하고 있었고, 핸즈프리와 넥타이가 잘 어울렸다. 왜 거기서 그를 봤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가 왜 거기에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해야한다. 그는 화려한 꽃 프린트였다. 그리고 근방에 있는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의 큰 소리로 욕을 했다. 된소리로 시작해서 끝나는 말을 쏟는데, 그건 어떤 이의 뒷모습을 향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와 나는 반대방향을 향했기 때문에 마주칠 수 있었고, 나는 그 욕을 들으며 욕으로 돌진하는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 욕은 분명히 내것은 아니었지만 내 일부에게도 피해를 주기에 충분했다. 그 욕을 다 듣고 나서야, 욕하는 이의 얼굴에 다다라서야 그와 욕을 지나칠 수 있었다. 


그를 지나치기 전에 그가 욕했던 이를 먼저 알아볼 수 있었다. 주변에 그 욕을 듣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단 한명뿐이었고, 비장하게 앞으로 앞으로 걸었기 때문이다. 일언반구 없이 그는 80리터는 되보이는 등산가방을 메고 온 얼굴을 무겁게 일그러트리고 나아갔다.


욕을 쏟아 낸 이는 60대에 가까운 장대한 골격의 여자였다. 신발이 그 때문에 벗겨진듯 했다. 사과하지 않는 씨발놈이 있다며 노기로 가득했다. 


어지간해서. 


나는 꽃무늬 프린트 60대의 여자와 등산가방을 메고 걷는 역시 60대로 보이는 남자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는 생각을 했다. 


수분이 흘러 욕을 그만둔 것인지, 내가 그로부터 멀리 지나 걸었기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욕은 들리지 않았다. 그의 신발이 어디 멀리 날아갔던 것은 아니었다. 신발이 두 쪽 다 있음에도 가방을 메고 걸었던 남자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거리 추정과는 아무 상관없이 그들이 같은 집에 도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들여 다시 자고 싶다. 잠을 나누어 자는 것은 잠에게 해롭고, 꿈을 반복케 하며, 잠을 내리 쪼개 맞는 눈에 해로울 것이다. 가래를 그만 뱉고 싶다. 나는 담배도 안피우는데. 


죽었으면, 하고 바라지 않아도 사람은 모두 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