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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앞에 서 있기라도 한듯

_봄밤 2015. 1. 27. 23:52




예전 애인들과 나중에 만날 애인이 

보고 싶어서 지하철 컴컴한 역사를 나오는데 

무엇이든 다 안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오늘 책을 많이 갖고 다녔고, 은행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고, 생 초짜로 보이는 예쁜 사원이 아니라 수전산전 다 겪은 아이보리 투피스 여자에게 불리길, 바랬는데 이루어 지지 않았고. 두 시간을 기다려도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건축 목적물 대장과 등기부 등본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았고, 늦게 오니 집에서 택배가 도착해 있었다. 바리바리 말 그대로 바리바리 싸들어 있는 반찬 사이 고구마가 있었는데, 글쎄 다 쪄서 보내주신거다. 왜 고생스럽게 고구마를 쪄서 보내셨냐고 물으니 "찐게 아니라 구운거" 라는 대답. 여기서는 구워 먹을 수 없으니까. 다른 맛이라고도 덧붙이시며.


추운데서 올라온 택배 상자, 이리저리 눌러서 뭉그러진 고구마들. 굽느라 등이며 배며 누른 자국들. 눈이 왜 매웠나 몰라. 불 앞에 서 있기라도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