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홈런볼 아이스크림

_봄밤 2014. 12. 25. 22:44




홈런볼 아이스크림 생각에 밖에 나갔다. 이미 어두웠으므로 산책은 생각도 못했다. 저번보다는 덜 춥지만 여전히 추운날씨다. 오늘은 늘 가던 길 아니라 번화한 불빛을 보자. 바스라한 과자가 입에서 돌았다. 먹으면 좋겠다. 케익이나 그런건 괜찮으니. 얼마나 단순한가 그러니까 나는 홈런볼 아이스크림 생각밖에는 나가는 목적이 없었던 셈이다. 세 번째 현관문을 밀면 골목인데 나오자마자 무슨 알아듣지 못할-그러나 사람의 목소리, 여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신경이 쓰여서 파카 모자를 벗고 돌아봤다. 그곳엔 바닥에서 겨우 일어나 제 몸만한 그림자를 달고 있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한 분홍색 파카를 입고서 머리가 컸다. 작은 손을 두 사람과 사이좋게 붙잡고 있었다. 아마 좋다는 내용의 말이었겠지. 마침


그들이 있던 곳은 가로등 밑이었고 길은 거무죽죽했기에 그곳이 워낙 빛났다. 그들의 얼굴이 다 환해 보였다. 평범한 세 사람은 나처럼 홈런볼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먹으려고 나왔는지 저녁을 먹으려고 나왔는지. 고개를 돌리며 진짜 바깥은 축복이다. 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바깥 말인가, 춥고 어둡고 휴일이라 거두지 않는 쓰레기가 집집마다 흉한 입을 벌리고 얼어가는 곳. 길바닥에 토자국, 침, 가래 자국이 난무했음에도. 고양이 꼬리도 찾아 볼 수 없는 어둡고 좁은 골목이었다. 나는 모퉁이를 돌며 괜스레 뒤를 돌아봤다. 그 작은 아이와 더 작은 아이손을 붙들고 걸어갈 사람과 사람이 아직 있는가, 그곳에 있었던가. 다른 골목으로 빠져서 걸어갔던가. 으 춥다 하는 겸연쩍은 말과 함께 다시 파카 모자를 쓰고 불빛이 어지러운 곳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어디에나 마주칠 수 있는 얼굴이었으나 하필 불쑥 홈런볼 아이스크림 생각만으로 현관을 열고 나온 저녁이었다, 과연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