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봄밤 2014. 6. 14. 23:29






노트북 자판의 '이응'이 눌러지지 않는다. 하나의 자음이 눌리지 않아서 거의 모든 말을 하지 못했다. 핸드폰은 지키고 있던 무언가를 놓은 듯 모든 아이콘이 해체된 상태다. 어떤 메뉴 하나를 누르려면 세 번 이상 공들여 눌러야 한다. 만지지 말라는 것인지, 요새는 정말 시계 아니면 전화하는 용도로 밖에 쓰지 못한다.


이응이 눌러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문장도 온전하게 쓰지 못했다. 부서진 말들, 받침과 외따로 노는 모음과 주저 앉고 무너진 말들이 꼭 나인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다. 아니라며, 똑바로 말할 수 있다며 전화를 걸어 아까 썼던 문장을 다시 말하기도 했다. 나와 가까운 어떤이에게는 진실을 전할 수 있었지만 웹에서는 한마디도 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이응' 없는데 혼자서 글자를 만드려고 하는 모음도 있다. 텅 빈 발음. 바람소리만. 자꾸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