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어머니의 나라-이대흠
_봄밤
2014. 3. 12. 00:09
어머니의 나라
이대흠
어머니의 나라에서는 뜨거운 물을 땅바닥에 버리지 않
는다 수챗구멍에도 끓는 물을 붓지 않는다 땅속에 살아있
을 굼벵이 지렁이나 각종 미생물 들이 행여 델까 고것들
모다 지앙신 자석들이라 지앙신이 이녁 자석들 해꼬지한
다고 노하면 집이 망해분단다 어머니의 나라에서는
남은 음식을 버리지 않는다 그 나라 부엌의 수챗구멍 밑
에는 염라대왕이 젝기장을 들고 앉아 누가 먹을 것을 버리는
지 살피고 있다 죽어 저승 갔을 때 한 톨 쌀을 한 가마로 쳐
서 고걸 드는 벌을 슨단다 귀한 음석 함부로 하먼 쓴다냐
어머니의
나라에서는 감을 딸 때도 까치밥 두어 개는 반드시 남겨
둔다 배고픈 까치는 물론 까마귀 참새 들까지 모두 제 밥
이다 날아와 먹는다 가을걷이할 때는 까막까치 참새를 다
쫓지만 그 어느 것이라도 굶어죽는 건 우리 몸의 일부가
떨어지는 것이기에
이대흠, 『귀가 서럽다』, 창비, 2010.
그 어느 것이라도 굶어죽는 건 우리 몸의 일부가
떨어지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