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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감싸고
_봄밤
2019. 6. 30. 19:20
속상한 사람이 되어, 두 시간 동안 동네를 걸었다. 그렇게 걷는다고 모르는 동네를 소상히 아는 일은 생기지 않는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처럼 걸어다녔다.
한때 같이 살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이름이 가만보자, 모두 생각나지는 않았다. 더듬거리다가 얼굴만 떠올리기로 했다. 지금쯤 따뜻하고 좋은 냄새가 나는 아이를 하나둘 데리고 다닐 사람들. 그 아이의 얼굴도 모르는데 내가 이렇게 안아보는 생각을 했다. 비가 올듯말듯한 거리에 그런 생각만으로 팔 안쪽이 따뜻해졌다. 그 아이들의 이름을 모르는데, 어물거리며 이름을 되뇌이는 장면도 떠올랐다. 만난다면 인사를 어, 어, 어떻게 해야할지도 서로 모를 것이다.
동네에 있는 성당에 갔다. 그 안에 들어간 건 처음이었다. 어둡고 서늘했고, 큼큼한 곰팡이 냄새가 익숙한 듯 느껴졌다. 식당에 파란색 네트를 설치하고 탁구를 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젊다고 하기보다는 어린 친구들이 많았다. 그들은 저 앞에서 뭘 연습했고,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2층에서는 성가를 연습하는 소리가 들렸다. 언젠가 불러보던 것이었을텐데 음도 잘 생각나지 않았다.
얼굴을 감싸고,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잘 나오지 않았다.